혼자 노는 이야기

엑스박스와 수납장 그리고 괜한 걱정

*슈니 2023. 1. 17. 21:15

 

방구석 배치를 싹 바꾸면서 침대 서랍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원래 설계(??)대로면 서랍 하나는 사용할 수 있었어야 했는데

 

모니터 암을 움직일 공간이 시원찮아서 책상을 앞으로 당겼더니

 

그나마 남은 하나의 서랍마저 책상다리에 걸려버리는 불상사가.

 

다행히 침대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으나

 

헤드보드가 없는 프레임이라서 벽과 침대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언젠가 봐두었던 틈새 수납장이라는 물건을 떠올렸고

 

마침 눕겜 환경을 구상하던 중에 필수품인 게임 콘솔과

 

프로젝터를 놓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는데, 딱 잘됐네.

 

 

 

시중에 판매 중인 많은 틈새 수납장의 높이가

 

보편적인 침대+매트리스의 높이인 50cm에 맞춰져 있다.

 

가끔 헤드보드를 겸하는 물건도 있는데, 그건 무려 90cm.

 

그러니까 매트리스부터 40cm나 더 위로 올라온다는 거지.

 

근데 그럼 폰 충전하려고 올려둘 때 겁나 불편하지 않으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 포기하고 그냥 50cm짜릴 사려다가

 

무려 맞춤 제작을 해준다는 업체를 발견함.

 

가로, 세로, 높이까지 cm 단위로 크기 조절이 가능.

 

거기다 홀 타공 위치를 반대로, 그리고 도어형 같은 경우는

 

도어에 전선이 나올 수 있게 작은 반원 홀 타공을 요청했는데

 

이런 자잘한 부분까지 글자 그대로 '맞춤' 제작이었다.

 

금액은 기본형보단 약간 더 비쌌지만, 뭐 그건 당연한 거고.

 

아무튼, 그렇게 15cm를 더 높여서 65cm로 만들었고

 

저렇게 자칫하면 머리를 들이받기 딱 좋은 높이가 되었지만

 

 

 

이렇게 책상이 침대 일부를 가리고 있어 준 덕분에

 

침대로 다이빙?을 할 수 없어서 아직 머리가 깨지지는 않았다.

 

근데 숫자만 생각한 나머지 미처 챙기지 못한 게 하나 있는데

 

 

 

15cm가 높아졌지만, 바닥 면의 위치는 그대로여서

 

깊이를 재보니 50cm가 넘는다. 이건 좀 지나치게 깊다.

 

거기다 딱 엑시스가 들어갈 수 있게 맞추느라

 

15cm인 세로 길이를 13cm까지 줄였는데

 

덕분에 도어를 열었을 때 나오는 틈은 고작 8cm.

 

그래서 한 손으로 엑시스의 상단을 잡고 꺼내려면

 

손이 걸려서 안 빠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조건 양손으로 바닥 쪽을 받쳐서 들어올려야 함.

 

시벨.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꺼낼 때마다 불편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굴려본 끝에 나온 결론은

 

레일을 달아서 마치 위로 올라오는 서랍처럼 만들고

 

중력은 가스 리프트로 버티면 대충 될 것 같았다.

 

 

 

이렇게 눕혀놓는다면 상단 배기가 되니까

 

굳이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입구 근처까지만 와도 될 텐데

 

 

 

세워놓으면 하단이 막히는 대신 후면이 흡기구가 되고

 

 

 

전체적인 공기 흐름은 이런 식으로 이뤄짐.

 

어쨌거나, 배기구 부분만 밖으로 나오면 되는 거니까

 

대충 15~20cm만 움직일 수 있으면 될 것 같은데...

 

하며 푸시 레일을 달아볼까, 리니어 액추에이터 달아서

 

전동으로 움직이면 갠지 좀 나겠는데? 하는 생각만 하다가

 

 

 

잠깐 테스트하려고 꺼내긴 늠나 귀찮길래 이대로 켜봄.

 

그러다 문득 이 상태로 계속 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한 시간을 돌려봤는데, 아무런 문제가 음썼다.

 

발열이 있는 제품을 밀폐...까지는 아니어도

 

저렇게 좁은 곳에 넣고 쓰는 게 절대 좋을 리가 없는데

 

과열 경고도 없고 그냥 너무나도 평온한 상태.

 

배기구를 만져보니 뜨듯한 바람이 나오긴 했지만

 

그건 꺼내놓고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게임 할 때도 70W 언저리만 먹는 착한 친구인 데다

 

저 벽은 난방 1도 안 돌리는 창고 방, 뒷 베란다와 닿아있다.

 

단열이 시원찮은 오래된 집이라 벽에서 오는 냉기에

 

머리가 아파서 잠이 깬 적도 있을 정도니까.

 

그러니 저 착한 친구가 그깟 미열(?) 좀 내뿜어도

 

차디찬 벽이 자연 방열판이 되어버린 그런 상황인 듯하다.

 

 

 

며칠 동안 어떻게 하면 더 편하고 갠지나게

 

엑박을 꺼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꺼낼 필요가 없어졌으니 뭔가 억울한 고런 너낌.

 

뭐 지금이야 이래도 여름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테니

 

고건 또 고 때 가서 생각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