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콘솔 컴, 헬로 게임 컴
대한민국은 아름다운 사계절을 가진 나라이다.
...아니 나라였다.
2024년에는 여름과 겨울이라는 단 두 계절만 존재할 뿐.
덜 더운 여름과 덜 추운 겨울이 마치 흔적기관처럼 남아
'그래. 봄, 그리고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었지'
라며 회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줄 뿐이다.
그래서 분명 얼마 전까지 덥디덥던 날씨는
어느 날 갑자기 난방이 꼭 필요한 온도까지 떨어져 버렸고
그렇게 거실에 있는 콘솔 컴을 쓸 시간도 같이 사라졌다.
옛날 집이라 거실이 쓸모없이 넓디넓은데
그 공간까지 냉, 난방을 돌릴 정도의 부자는 아니라서.
안방, 그리고 내방에 각각 에어컨이 있는 데다가
얼마 전 내 방에도 결국 TV를 놓으면서
거실에서 PC를 쓸 일은 더 없어졌다.
그렇게 활용도가 0에 수렴해버린 콘솔 컴을
쪼개서 다시 주머니로 회수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빻치는 일이 생겨버렸네.
TV를 놓고 나서 HDMI 스위치를 이용해
PC와 콘솔까지 모두 TV에 연결해 두었는데
HDMI의 종특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분명 TV, 그리고 HDMI 스위치의 전원을 모두 꺼두어도
이렇게 연결되었지만 연결되지 않은 이상한 상태로 남아있다.
1번이 메인 모니터고 2번이 TV인데
분명 비활성화 상태이고 해상도 조절도 막혀있지만
이 상태에서 서브 PC로 전환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창 크기가 이지랄이 됨.
DP는 모니터를 끄거나 하면 연결이 해제되는데
그래서 아마 2번 모니터가 메인 모니터로 인식돼서
그 크기에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이 빻치는 상황을 몇 번 겪었더니
TV 연결용 콤퓨타를 따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멀쩡한...정도가 아니라 사양이 좋은 PC가 있으니
아주아주 비효율적인 생각이지만, 화딱지 날 일은 없잖아?
그리고 이거 말고도 메인 모니터가 60Hz, TV는 144Hz라
게임 실행할 때마다 설정을 살짝살짝 바꿔야 하는
아주 사소하게 귀찮은 부분도 있었고.
쨌든, 그렇게 콘솔 컴은 생명을 연장...
했을 리가 없다. 메인 컴이 RTX 4080인데
4070인 콘솔 컴 사양이 성에 찰 리가 없으므로
4080 슈퍼를 삼 ^^^^^
팔아서 회수는커녕 지출만 더 생겼네 ㅋㅋㅋㅋㅋ
이것도 개 억울한 게 지마켓 빅스마일 행사하길래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고민하는 사이에 136에서 139로 오름.
에이 싯팔 하고 그냥 샀는데, 택배 받은 날 알리 광군제 시작
같은 제품 화이트 색상이 130만 원에 올라옴ㅋ
안 깠으면 반품했음 그만인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괜히 까서 정품 등록이랑 사은품 신청까지 다 해버려서...
결론은 9만 원을 그냥 허공에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색상이라도 화이트였으면 쪼끔 덜 억울했을 텐데...하아...
엔비디아 5000번대 제품 출시가 코앞이지만
5080 유출 꼬라지를 보니 쿠다 코어 개수가
4080 슈퍼보다 살짝 늘어난 정도. 이러면 4090은커녕
잘해야 4080과 4090 사이의 성능이나 내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전력 소모량은 400W까지 늘어나 버렸다.
지금 쓰는 4080도 4K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그만하면 되었다 싶어서 그냥 샀음.
이랬는데 5080 잘 나오면 배 좀 아플 듯.
나아아아중에 언젠가 플래그십 급 글카 넣고
게임 콤퓨타를 만들어보자! 라며 주워놓은
SSUPD 메쉬리셔스. 이미 후속인 메쉬룸 S가 나왔지만
전원 버튼을 뒤로 옮겨놔서 책상 밑에 두기엔 불편할 듯했고
메쉬리셔스는 단종이라 떠리?하길래 그냥 주워놨는데...
묵은 재고라 동봉된 라이저 케이블이 PCIe 3.0이라서
4.0 케이블 따로 샀더니 메쉬룸 S보다 더 비싸짐...ㅎ
겸사겸사 서랍에 썩어가는 SSD도 하나 꺼내서 달아줬다.
2+2+4TB니까 게임 창고...아니 게임기로서는 매우 넉넉.
콘솔 컴에 장착했던 보드 그대로 뗘서 붙였는데
어째 써멀 패드가 프레임에 밀착이 안 되는 거 같기도 하고
흐음.
선 정리는 나름 한다고 해봤는데, 이게 최선.
수랭이었으면 전면 라디에이터가 한자리 크게 잡아먹어서
정리하기 빡빡했을 텐데, 다행히 공랭 세팅이라
공간이 지나치게 여유롭다.
파워 서플라이 아래쪽으로 SATA SSD가 들어가는데
순정 SATA 전원 케이블은 3포트 짜리라
바닥에 놨더니 저렇게 지저분해 보여서
이것도 1포트짜리 커스텀 케이블 주문함.
그리고 반대쪽.
이 케이스의 GPU 클리어런스는 330mm 조금 넘는 정돈데
글카가 고작 307mm인 데다 폭이며 두께며 다 아담해서
과하게 여유롭다. SFF는 욱여넣음이 미덕인데 말이지.
원래 넣으려던 RTX 4090은 대부분 4슬롯이고
이 케이스는 GPU를 4슬롯으로 사용하려면
CPU 쿨러 높이가 53mm로 좀 빡쎄진다.
그래서 CPU는 자연스럽게 수랭 쪽으로 가게 됨.
나도 수랭+4090 조합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4080은 3슬롯 짜리 제품들도 몇 개 된다.
그리고 GPU를 3슬롯으로 쓰면 CPU 쿨러 높이는 73mm로
기존에 쓰던 녹투아 NH-L12S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원래도 수랭을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여기에 수랭 쿨러 넣으면 공간이 빡빡해져서
차라리 이렇게 여유로운 공랭 빌드가 훨씬 나은 듯.
전면 팬은 일반적인 흡기가 아닌 배기로 장착했다.
흡기로 장착하면 GPU가 뱉어낸 공기랑 부딪혀서
배기로 장착해 뜨거운 공기를 빼주는 흐름이 더 나은 듯.
수랭 쿨러라면 CPU 온도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공랭이니 신경 쓸 게 없으니 편하고 좋네.
역시 공랭이 채고시다.
쨌든, 그렇게 완성.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방에 잘 켜진다.
원래 쓰던 거에 글카만 바꿔 단 수준이니
안 켜질 이유도 없고ㅎ
CPU 커브 옵티마이저니 뭐니 시간 잡아먹는 건
기존에 다 삽질해 놔서 딱히 손댈 것도 없다.
게임용이라 저소음이 목표인 것도 아니니
팬 설정도 안 깎고 그냥 바이오스의 Silent로 두었음.
근데 실내 온도 24도에서 CPU는 60도대 초반이지만
GPU 온도는 70도대 초반까지도 올라간다.
심지어 320W 풀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나중에 벤치 돌려보니 320W 들어가면 75도까지도 뜸)
확실히 작은 만큼 쿨링 성능은 좀 아쉽네.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데탑에 쓰는 4080 이글이
기가바이트 4080중엔 가장 하급 제품임에도
3.75 슬롯에 110mm 팬, 히트 파이프는 10개나 되는
4090에 들어갈 수준의 쿨링 솔루션을 때려 박아 놓음.
심지어 메인 PC는 저소음 세팅이라 내부 온도 후끈한 데도
그와중에 게임 할 때 풀로드가 걸렸어도 조용했으니.
근데 이 조텍 트리니티 친구는 백플레이트를 포함해도
3슬롯이 살짝 안 되는 두께에다 팬은 고작 90mm.
그리고 히트파이프도 일곱 개뿐이라
아무래도 쿨링 성능은 당연히 딸릴 수밖에.
하지만 이번에도 전력 제한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이 녀석도 역시나 밥 좀 덜 줘도 성능은 거의 안 떨어진다.
100% TGP가 320W인데 테스트한 게임 중에
이걸 다 끌어다 쓰는 게임은 보더랜드 3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300W를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음.
쨌든, 80%까지 내려도 성능 손실은 5% 미만이고
전력 사용량은 4070Ti보다도 낮은 255W까지 줄어든다.
전기를 덜 먹으니 당연히 발열도 줄어들고
1500RPM을 넘기던 팬 속도도 1300RPM 밑으로 떨어짐.
책상에 올려놓고 테스트할 때 코일 노이즈가 쪼끔 났었는데
바닥에 두고 돌려보니 다행히 전혀 안 들리네.
그리고 전면 팬 소리가 살짝 웅웅거리는 게 있었는데
바닥에 놓으니 것도 안 들림. 그냥 바람 소리만 약간.
굳.
미들타워 데탑과 비교하면 충분히 아담하지만
그래도 엑박과 비교하면 제법 크다.
15L에 가까운 부피라 작을 수는 없다.
근데 엑박 대비 앞뒤로 더 튀어나온 형태다 보니
책상 밑에 놨을 때 체감 차이는 크지 않다.
그리고 크기에 맞는 확장성과 공간의 여유가 있으니
이만하면 훈늉하지. 이제 세팅 끗!
은 너무 타이트하게 묶어놓은
12VHPWR 케이블이 계속 맘에 걸려서
해방시켜줌.
멜팅 이슈가 겁나기도 했고 ㄷㄷ
근데 타이트한 상태로 몇 시간 동안
막 테스트 돌리고 그랬는ㄷ...
다행히 뽑아보니 녹은 흔적은 1도 없었고.
겸사겸사 케이블 정리 몇 군데 더 미묘하게 해주고
진짜로 끗!
큰 화면+OLED+4K+144Hz+HDR
=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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