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못 먹는 것 같은 녀석이 안쓰러워서 밥 몇 번 챙겨줬다가
그대로 눌러앉아서 살기 시작한 게 벌써 2년 전 얘기.
그냥 '야옹아' 하고 불렀는데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길래
이름이 야옹이가 되었다. 근데 '야옹아'에 반응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수다스러웠을 뿐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집 안에서 키운 건 아니고, 1층이 가게라 드나들게 두었었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러 내려가면 이미 문 앞에 앉아있거나
문 여는 소리를 듣고 뛰어온다. 어쩌다 좀 늦게 여는 날이면
집 뒤편으로 와서 밥 달라고 울어대기도 했고.
그렇게 가게 문을 열면 들어와서 일단 밥부터 먹고는
어느 구석엔가 들어가서 잠을 잔다. 가끔 혼자 외출하기도 하고.
그리고 저녁이 되면 나가기 싫어하는 걸 억지로 안아서 내보내곤 했었다.
너무 춥거나 눈, 비 오는 날. 그리고 어쩌다 심하게 다쳤을 땐
그냥 가게 안에서 자게 두기도 했지만.
그날도 평소처럼 아침에 들어와서 밥을 먹었고
점심때 즈음 나가서는 저녁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아주 가끔 한 번씩 이런 적이 있었고, 또 봄에 발정기 땐
이틀 정도 안 들어온 일도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열흘이 지난 오늘까지도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장난스럽게 찍은 이 사진이 마지막일 줄 누가 알았을까.
다른 집고양이들처럼 온전히 집 안에서만 보살핀 건 아니었어도
자다가 내 목소릴 들으면 눈을 반쯤 감고 쪼르르 달려오던 녀석이고
내 차 소리를 알아서 주차하면 어느샌가 뛰어나와 뒹굴며 반겨주던 녀석이고
의자에 앉으면 뛰어 올라와 내 무릎을 베고 기대어 눕던 녀석이었는데
그렇게 정 많은 녀석이 하루아침에 집이 싫어져서 나간 건 아니겠지.
평소에도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기에 돌아오는 길을 모르진 않을 거고,
일 년 넘게 물고 물려가며 지키던 영역에서 하루 만에 밀려난 것도 아닐 테고.
그냥 어디 가서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이렇게 빨리, 이렇게 갑자기 헤어질 줄 알았으면
좋아하던 츄르나 원 없이 먹이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