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럭키가이! 대만 가오슝 여행 전반전
빌어먹을 역병의 창궐로 한동안 여행은 꿈도 못 꿨었지만
것도 작년 가을부터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까운 가오슝이나 놀러 가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흐지부지 어영부영 해를 넘겨버림ㅋ 그렇게 해가 바뀌고
또 더운 계절도 슬슬 넘어갈 무렵 번갯불에 콩 꿔먹듯
순식간에 항공권 예매 완료. 것도 무려 출발 두 달 전에!
그리고 여권 번호를 입력하려니 올해 7월이 만료였다.
귀찮아서 뭉개다가 한 달 남기고 여권 재발급을 신청했고
일정은 출발 이틀 전에 대충 처치함.
80억 인구를 단 16개의 틀 속에 가둬버리는
유사 과학적 몰개성 분류시스템에 의하면
본인은 계획형 인간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나라 언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생판 처음 가보는 곳인데 찐 무계획일 순 없는 거고
남들 다 가는 곳은 그래도 가봐야 하는 거니까.
그런 관광지들 위주로 큰 틀을 잡아놓고 나머지는 대충.
물론, 계획은 언제나 틀어져야 맛이다.
저 중에 확실한 건 셋째 날 저녁의 식당뿐이었다.
그건 예약을 했거등ㅋ
그래서 출발 하루 전. 갑자기 오지게 춥더니 눈까지 와버렸다.
아침에 눈 떠보니 님 뒤지기 싫으면 천천히 가라고 안전 문자가.
공항이 붐비는 시기가 아니라서 느긋하게 가려다 쫄아서
30분 일찍 출발했는데, 눈은 개뿔 날씨 개 쨍하네 -____-
괜히 일찍 왔음. 시간 팽팽 남아돈다...
는 보안 검색 한 시간 걸림. 아오쒸
라운지는 굳이? 라는 생각이라 가본 적 없었는데
이번엔 시간이 많이 남아버려서 드르가봄.
올해는 더 이상 공항 올 일도 없을 듯한 데다
카드 혜택 날아가는 게 아깝잖.
아침을 안 먹고 나왔는데 기내식도 없으니
간단하게 두 접시 흡입하고
프로듀스 탑승구 101...
탑승동 맨 끝. 겁나 멀다 쓰읍.
그리고 티웨이는 역시나 이륙 30분 딜레이.
이 모든 게 계획...아니, 일정대로다ㅋ
그렇게 옆자리 시끄러운 수다를 피해
이어폰을 꽂아 노래 듣고 겜하고 자다 보니 가오슝 도착.
근데 인터넷이 안 된다. 미리 eSIM 사서 세팅 해놨는데.
안테나도 다 떠있구만, 대체 왜 안 되는 거임???
그 와중에 짐은 겁나 늦게 나와서 20분은 걸린 것 같고.
다른 것보다 인터넷이 안 돼서 살짝 정신 나갈 뻔하던 타이밍에
대만 여행지원금 당첨!
오늘의 불운은 그저 복선일 뿐이었던 것인가!
5000NTD, 그러니까 대충 2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다.
환전해 간 금액이 딱 5000NTD였는데, 그만큼 더 생겼네.
와, 나 내년 운까지 다 끌어다 쓴 거 같은데 이거?
근데 카드 같이 주는줄 모르고 편의점 뛰어가서 카드 사 옴.
당첨금 수령하려고 줄 섰더니 직원분이 카드 저희가 드린다고.
그래서 Aㅏ...지금 막 사 왔다고 대답하니 죄송하다며. 흘흘.
아무튼, 돈 생겼다. 난 이제 부자다.
그래서 인터넷. 일단 공항 와이파이 잡고
구매했을 때 받은 메일을 열어보니 상품 설명 링크가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대만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인증을 꼭 해야만 사용 가능하게 바뀌었다는 것 같음.
아무튼, 도시락 놈들 일 처리 뭣같이 하네 진짜.
인증 페이지가 자동으로 뜨는 것도 아니고
기존 구매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님?
메일을 안 지우고 남겨놨길 다행이지. 아오.
그나마도 이심은 등록하면 쓸 수 있었지만
일행이 한국에서 구매한 유심은
상품 판매 페이지가 내려가서 확인 불가능이고
카톡 채널을 이용해서 문의 남겼더니 문의량이 많다며
홈페이지에 Q&A 남기라는 자동 답변 후 상담 종료됨.
ㅘ...갯색기들. 다신 쓰나 봐라.
그래서 결국 공항에서 유심을 새로 샀다.
타이완 모바일 말고 중화 통신도 공항 안에 있었는데
내가 중화 통신이라 일행은 타이완 모바일로.
어차피 어디 산속으로 들어갈 건 아니라서
뭘 고르든 커버리지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분산해둬서 나쁠 거야 없겠지.
용량이 안 적혀있어서 물어보니 무제한이란다. 귿귿.
어쨌거나 어찌저찌 다 해결했으니
빡침은 공항에 모두 버려두고
숙소에 췤인.
보통은 미려도(포모사)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다던데
쭉 훑어보다가 가오슝역에 싸고 적당한 곳이 있어서
숙소를 이쪽으로 잡아버렸다.
가오슝역이 공사 중이라 뜻밖의 공사장 뷰ㅋ
숙소 자체는 가성비 좋고 만족스러웠지만
역시 다들 미려도 역 근처에 잡는 건 이유가 있는 듯.
그래서 저녁은 이런 곳.
https://maps.app.goo.gl/qUE276xS7vwDzGu76
출발 전날 짠내투어 가오슝 편을 빠르게 훑다 발견한 식당인데
괜찮다 싶어서 위치를 확인해 보니 마침 숙소 근처.
저녁은 여기 가면 되겠다며 일단 즈장해놨던 곳이다.
TV에 소개된 해외 맛집이나 한국인에게만 유명한 곳은
거르는 편이었지만, 방콕 여행하면서 조금 바뀌었는데
최소한 한쿡 사람 입에는 맞는단 거니까.
실내는 대충 이런 분위기.
아무튼 대만 갬?성 돋는다.
토욜 저녁이어서 그른지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우리 말고도 예닐곱 팀 정도 더 있었는데
한국인 한 팀 더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현지인.
중화권 갬성? 나무젓가락ㅎ
방송에 나왔던 만큼 메뉴판에 한국어도 적혀있고
아주머니께서 영어도 조금 하신다. 주문 노뿌라불럼.
가볍게 맥주로 시작해 봅니다.
원샷 각 딱 나오는 쁘띠한 맥주잔 진짜 맘에 든다ㅋㅋ
이거슨 쿵파오 새우. 쿵파오 치킨으로 주문하려다
순살이 아닐 거란 일행의 말을 듣고 새우로 턴.
그리고 굴튀김. 굴전을 시키려던 건데...ㅎ
메뉴판에 한글도 적혀 있었는데...
주문 뿌라불럼...ㅎ
그래도 굴의 향은 살아있으면서 비린내는 없고
겉은 크리스피, 속은 크리미한 질감이 훈늉했다.
마지막 쇠고기볶음. 이거 부들부들하니 짱맛있.
완벽한 밥반찬이자 술안주였다. 귿귿.
메뉴가 엄청 많아서 이것저것 주문하고 싶었지만
둘이서 해치우기엔 한계가 있으므로 이쯤하고
츼얼쓰
꺼억.
잘 무거따.
그리고 리우허 야시장으로 이동.
미려도역, 그러니까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데
배도 부르고 하니 소화할 겸 찬찬히 걸어갔다.
인산인해.
토요일 오후 여덟 시쯤 됐으니
가장 미어터질 시간이다.
그놈의 탕후루.
모형 같은 오징어.
그리고 지파이랑
비주얼 매우 좋은 새우.
하지만 배가 부를 대로 부른 나머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은 차라리 저녁을 야시장에서
이것저것 사 먹으며 해결하자 결의하고
숙소에서 맥주 안주로 먹을 육포를 삼.
두툼한 두께에서 알 수 있듯 비첸향 같은 육포다.
근데 생각 없이 후추 맛을 골랐더니
이건 뭐 후추가 폭탄이었음 ㅋㅋㅋㅋㅋ 쓰흡.
그래서 한 장을 사흘 동안 간신히 먹었다.
근데 집에 와서 이 글을 적고 있으니 또 생각나네.
마성의 후추새뀌 같으니라고.
아이스크림이 보이길래 대충 샀는데
뭔가 음식점에서 밥 묵고 나가는 길에
셀프로 퍼먹는 그 아이스크림 너낌쓰.
간판이 인상적이던 노점을 지나
다시 돌아가는 길에 본 BTS 번호판.
차주가 여성이었는데, 혹시?
그래서 미려도(메이리다오, 포모사)역.
모든 걸 순위 매기는 CNN 놈들이 선정한
아름다운 지하철역 2위에 빛나는 미려도역.
역시 실물보단 사진이 그럴싸하다.
역 안에서 발견한 뜻밖의 한식과
대만 편의점을 점령해 버린 K-과자
깔깔
숙소에 돌아와서 가볍게 맥주 한 캔 하고
자기 전까지 예능이든 뭐든 보려고 태블릿을 들고 왔는데
나스 해외 접속을 막아놨더니 접근이 안 됨...ㅋ
원격으로 켤 수 있는 컴퓨터가 두어 대는 있어서
그 녀석들로 접근해서 설정 바꾸면 그만이었지만
귀찮아서 접고 스팀 링크로 게임이나 돌려보았다.
하지만 레이턴시로 인해 진행은 힘듦ㅋ
타국에서도 되는 거 확인했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첫째 날은 여기서 기절.
그리고 둘째 날.
적당히 늦게 일어나 적당히 씻고 보얼 예술 특구로 향했다.
어제 교통비 쓰고 편의점에서 300NTD를 긁었음에도
이만큼이나 남아있는 이지카드 잔액을 보니
그저 흐뭇. 역시 나는 럭키가이!
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대만 지하철에서는
컨택리스 신용카드에 각종 페이류까지 모두 쓸 수 있어서
지하철만 탈 예정이라면 굳이 이지 카드는 없어도 될 듯하다.
근데 트램(라이트 트레인)은 신용 카드 안 되는 것 같...
아무리 남쪽 나라라지만 그래도 12월에 가까웠으니
쪄 죽을 날씨는 아니다. 게다가 건기라 습도도 높지 않음.
오늘 가장 많이 돌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다행히 날씨도 흐리다니까 다니기는 딱 좋을
은 시잇팔 햇빛 쨍
땡볕에 익어간다.ㅎ
산꼭대기에 이상한 게 보여서 일단 찍어주시고
저 멀리 85타워도 보인다.
저기도 가보려고 했었는데, 망했다나 뭐라나ㅋ
암튼, 지하철 주황 라인 종점인 시즈완 역에 내리면
이런저런 요상한 조형물도 눈에 띄지만
일단 여러 철로와 기관차들이 먼저 들어온다.
2008년까지 역으로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폐선되었다고.
그러쿠나 하며 보얼예술특구쪽으로 슬슬 걸어가다
카페인 도핑을 위해 옆으로 빠짐.
무슨 문인지 모르니 일단 찍어두고
대만 갬성 물씬 풍기는 다세대 주택 건너편으로
이름이 쪼끔 맘에 안 드는 오라클 커피 방문.
https://maps.app.goo.gl/mAi2yPGsNoT4T2U27
문짝이 달려있지만, 저곳은 입구가 아니다ㅋ
대충 메뉴
대충 아아.
매장은 겉부터 되게 그럴싸한데 카드 안 됨.
현금 아니면 라인 페이 -____-
라인 페이 되는 곳이 은근 많아서
준비해가면 도움 될 듯하다.
호텔 숙박 비용에 조식도 포함이었지만
원래 아침을 잘 안 챙겨 먹기도 하고
귀찮아서 잠을 더 잔다는 주의였는데
일찍 일어났더니 배가 고픔.
역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하이에나처럼
벌레를 찾아 헤매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크로플 우적우적 씹어서 허기를 달랜 뒤
본격적으로 보얼예술특구 탐방을 떠납니다.
작품명 가운뎃다리
뭔지 모르겠지만 괜히 감성있음.
사용하지 않는 많은 창고는 개조되어서
이렇게 기념품을 파는 공간 등으로 사용 중임.
저 고양이를 보니 우리 괭이 놈이 문득 생각났다.
똑-닮ㅋ
(구)여행의 동반자 스벅.
가오슝은 구석구석 카페가 제법 많아서
이번 여행에선 스벅은 한 번도 안 들렀다.
폴라로이드는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거임.
첨엔 보얼이 지명인가 싶었는데
PIER2. 그러니까 2번 부두=駁二=보얼
옹
뫼비우스의 컨테이너와
화려한 낙서가 되어있는 건물
그리고 시뻘건 개시키.
가운뎃다리가 매우 튼실했던 개시키.
근데 가운뎃다리에 얼굴이 달려있네?
어 그럼 이거 ㅈ대가ㄹ...
반대편 건물은 되게 낡아 보였는데
구글 지도 찍어보니 항만공사라고 나옴.
외관이랑은 다르게 아직도 현역이네.
매장 앞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결국 사 먹지는 않았고요.
아무튼 전망대.
계단 뺑뺑이로 올라가는 데다
심지어 유료라 패-쓰
알록달록한 건물은 여전히 많다.
연인들끼리 와서 인증사진 찍으며 다니다 보면
한나절은 후딱 지나가지 않을까 싶으다.
아무튼 다리
아무튼 다리 위에서 찍은 85 타워
그리고 골목에 있는 오줌싸개 친구까지 찾아주면
보얼예술특구에서 할 일?은 다 했다.
Wooderful life라는 가게가 보여 들어갔더니
이름값ㅋ
고양이는 사랑이지만
가격을 보고 슬쩍 내려놓았다.
그네까지 발견했으니 진짜 할 거 다 함.
이제 남은 건 딱 하나. 써니힐.
사진은 나오면서 찍은 거라 줄이 긴데
입장할 땐 다행히 아무도 없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음.
https://maps.app.goo.gl/yHtSBcoYRgcb5fwz6
그래서 써니힐이 뭐 하는 곳이냐면
그냥 조금 비싸고 고급진 펑리수를 파는 곳...인데
차 한잔과 펑리수 혹은 쿠키를 무료!로 준다.
근데 아숩?게도 오늘은 파인애플이 아닌 사과.
공짜인데 뭘 바라냐며 한 입 베어 물었더니
ㅘ. 이건 무조건 사야겠는데?
보통 펑리수보다는 큰 만큼 속이 꽉 차 있고
필링은 과육과 산미가 살아있는 데다
겉의 한 면에 살짝 설탕 코팅.
그래서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매우 아름답다.
(나중에 파인애플도 먹어봤지만, 사과가 더 맛있음)
물론, 공짜로 얻어먹어서 미안한 마음도 아주 살짝 있었지만
일단 맛있었고 또 고급져서 선물용으로도 딱이다.
일행도 같은 생각이라 둘 다 펑리수 줍줍.
6개짜리 파인애플 펑리수가 300NTD, 사과는 330NTD로
가격이 슬쩍 나간다. 대신 귀여운 에코백에 담아주는데
워낙 작아서 선물하는 용도가 끝나면 쓸모는 없.
원래 일정대로였으면 여기서 영국 영사관으로 넘어가야 했지만
방금 산 펑리수가 은근 무겁다.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가방에 걸었더니 이놈이 궁디를 계속 툭툭 때림.
가방 뒤쪽에 달았기에 망정이지, 앞에 달았으면...
아무튼,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빠르게 숙소로 돌아가 짐을 던지고 나오기로.
택시를 부르려다 그냥 앞에 있는 트램을 타보기로 했다.
남은 계획을 떠올리며 트램의 노선을 쭉 보니
이번이 아니면 탈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근데 이러고 다음 날 또 탐.
그렇게 트램에 올라 세월아 네월아
유유자적 느릿느릿 이동 중에 문득
까르푸가 트램 역 근처에 있는 걸 발견.
어차피 계획은 (당연히) 틀어졌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까르푸까지 털어서 숙소에 놓고 나오자며
도중에 내려 강가를 따라 짧은 도보 이동ㅋ
트램 역에서 걸어오는 길이 한적한 주택가였는데
사진이라도 남겨둘걸.
이것도 도교 사원 같은데
잘 몰라서 또 그냥 찍어둠.
그래서 까르푸. 역시 대만은 까르푸다(?)
저 멀리 LG 반갑.
그냥 마트라 특별한 건 없다.
그래도 이런 소소한 구경거리.
뽀장군님께서 이곳도 점령하셨그나!
여행지원금을 이지 카드로 받았는데
이게 한 번에 1500NTD, 하루 한도는 3000NTD.
하지만 티머니 비슷한 포지션이라 식당 이런 덴 못 쓰고
교통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1500NTD, 그러니까 6만 원씩 쓸 일이...
그중에 눈에 띄는 사용처 '까르푸'
OK. 여기서 전 재산 탕진 간다.
그래서 내일 또 옴(스포)
숙소에 빠르게 짐을 던지고 우버 택시를 불러서
영국 영사관으로 날아왔다. 거리는 6km 정도고
20분 정도 걸렸나? 택시비는 250NTD. 그러니까 만 원 정도.
대만의 물가를 생각하면 택시비가 싼 편은 아닌 듯하지만
가오슝 시내가 넓지 않고 또 관광지들도 가까워서
택시를 타고 돌아다녀도 금액이 착하다.
그래서 입장권을 사려는데, 매표소에 티웨이 로고가?
항공권을 보여주면 무료입장이라네. 이욜ㅋ
한 사람당 99NTD이니 대충 택시비는 퉁.
그리고 손에 도장을 찍어준다.
근데 이거 망각하고 주머니에 손 넣었다가
하얀 옷에 벌건 잉크가 묻어서 딥빡...
화장실로 달려가 물 적셔 쪼물쪼물하니 거의 지워졌다. 휴.
빡쳐서 손등에 찍은 것도 거의 다 지워버렸는데
나중에 나갔다 다시 들어올 때 이 도장을 확인한다.
그러니 비누로 완전히 빡빡 뽀득뽀득 지우진 않는 걸로.
앞에 밀랍...은 아니고 동상도 아니고
아무튼 휴먼 사이즈 인형들이 쭉 있고
안에 들어가니 쫙 빼입고 앉아있고
뒤뜰도 있고...
뭐야 이게 다임? 볼 거 1도 없네?
는 꼭대기가 메인이었고요.
올라가는 계단이 제법 가파르다.
하지만 다행히도 엄청 높진 않으니까
아이시잇팔 소리가 나올 때쯤 도착 가능.
올라온 고생은 풍경으로 보상되고도 남는다.
건물 내부는 슥슥 훑어보고 끗.
뭐 옛날 건물이니까 딱히 볼 건 없고
어차피 뷰가 다했다.
바로 옆에 차를 파는 곳이 있어서
숨 고르며 시원한 차 한 모금 쭈왑쭈왑.
그리고 슬슬 일어나려는데 아마도 카페 직원이
애프터눈티 셋트를 들고 영사관 건물로 들어간다?
따라가 보니 다들 바다를 보며 차를 즐기고 있...허르.
https://maps.app.goo.gl/fL6Gu1dGQd1h8bQx7
이런 풍류와 허세를 놓치다니...안타깝지만 별수 있나.
다음에 언젠가 올 일이 생긴다면 그때 누려보기로 하고
퇴장하니 바로 도교 사원이 또 있음.
그래서 은정씨의 소원은 이루어졌을 것인가.
지도를 보니 도교 사원 옆으로 샛길이 있길래
왔던 길 말고 요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달동네 같은 곳이었는데, 이렇게 푸릇푸릇하니
생기가 흘러 넘치는 느낌이었다.
근데 반대쪽에 사진 명소가 있었...
그렇게 조금 걸어 구산 페리 터미널.
버스 같은 배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특히나 180도 드리프트 주차는 압권이었고ㅋ
페리 터미널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요래 보니
뭔가 유럽의 부자 동네 늬낌이 난다.
대만도 오토바이가 중요 이동 수단이다 보니
페리에 사람만큼이나 오토바이도 많이 탄다.
암튼, 이제 치진섬으로 넘어가야 할...예정이었지만
이미 네 시가 다 되어서 애매해졌다.
'남들 다 하는 거' 하려면 두 시간 이상은 필요한데
다섯 시가 조금 넘어가면 해가 떨어져 버리니까.
그래서 쿨하게 셋째 날의 불광산 일정을 버리기로.
둘 다 '온 김에 가본다'지 '가기 위해 왔다' 주의는 아니라서
그렇게 남들 2박 3일 일정을 3박 4일 동안 천천히 소화했다.
그리고 오는 길에 들른 단단버거.
소소하게 군것질은 했지만,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가볍게 요기 정도로...는 왜 세트 메뉴밖에 없냐.
분명 단품도 메뉴판에 있었겠지만
한자를 읽을 줄 모르니 그냥 세트로 주문ㅋ
주문한 건 6번과 8번이었다.
닭튀김이 들어간 스프라니...흐음.
내가 고른 8번은 뭔가 지파이 같은 그림이었는데
감자 고로케였음.
패티가 너겟보다는 낫기야 한데...음...
치킨에 진심인 민족에게
이 수준의 치킨버거가 성에 찰 리 없다.
대만 남부에만 있다니 온 김에 먹어보긴 했지만
여행 동선 근처에 없다면 굳이?
단단버거로 쪼끔 기분 나쁘게 배를 채우고
또 야시장엘 왔다. 오늘은 루이펑 야시장.
길가에 노점이 쭉 늘어선 리우허 야시장과는 달리
여긴 공터에 노점을 다닥다닥 세워놓았네.
뱅콕서 갔던 랏차다 롯파이 야시장이랑 비슷한 너낌.
다섯 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아직 문을 안 연 곳도 많다.
역시 야시장이라 조금 더 늦게 왔어야.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여기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막상 와보니 딱히 땡기는 게 없다.
역시 단단버거를 먹지 말았어야 했나...
그래서 야시장 접고 근처 식당에서
제대로 된 저녁을 먹는 걸로 빠른 합의.
여기는 대체 뭐 파는 곳이길래
줄이 이만큼이나 서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이제부터 가야 할 곳이 곧 영업 시작이라 오픈 런을 위해
야시장을 뒤로하고 15분 정도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https://maps.app.goo.gl/FAmohhvKCHVD9nbx5
해산물 전문 식당.
그런데 미슐랭...아니 미쉐린을 곁들인.
무계획성 인간이 이번에 아주 큰 준비를 하나 해갔는데
고게 뭐냐면...미쉐린 가이드-가오슝 시에 있는
https://guide.michelin.com/kr/ko/kaohsiung-region/kaohsiung/restaurants
모든 음식점을 전부 구글맵에 저장해 뒀었다.
50개 정도라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준비한 가오슝 미쉐린 맵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https://guide.michelin.com/kr/ko/kaohsiung-region/kaohsiung/restaurant/kuca-seafood
미쉐린에 소개는 되었지만 스타나 빕 구르망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2023년 스타 후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
어쨌거나 오픈 시간보다는 살짝 늦게 도착했고
또 주말+미쉐린이라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매니저가 1인당 최소금액이 800NTD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괜찮냐 물어봤는데
결론적으로 둘이서 먹고 3003NTD나옴.
3달러는 안 줘도 된다고 했지만
동전 짤랑이 싫어서 꾸역꾸역 쥐어드림ㅋ
테이블이 대여섯 명 앉는 대형 원탁이라
우리는 바 자리로 안내받았다.
앞에 온갖 술들이 ㄷㄷ
톤 다운된 시안 색상이 섞인 차분한 분위기의 실내.
여기도 쁘띠잔이 있었지만 일단 생맥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노재팬이지만 대만 생맥은 없었으니
살짝 눈감아주십쇼.
숙성이 갱쟁히 잘 된 챔치회.
소프트 쉘 크랩 튀김이랑 구황작물, 채소 튀김?
과자 같은 너낌이었는데, 건조한 거였을지도.
그리고 처음 먹어본 오크라...이거 왜 맛있음???
굴 탕...은 아니고 소스가 자작한 볶음?
그리고 어란. 진득한 풍미와 짭쪼롬한 맛이
분명 어디서 먹어본 건데...하다가 떠오른 체다 치즈.
물론, 치즈보다 훨씬 농후한 맛이었다. 이건 호불호가 좀.
한 상(?) 그득 차려놓고 우적우적
생맥으로 적당히 취했으니
저렴한 병맥으로 갈아탑니다.
언제 봐도 귀여운 쁘띠 맥주잔.
그리고 추가한 해물 샐러드.
술 진탕 마셔서 배가 불렀는데도 이게 또 들어간다.
해물의 익힘 정도나 신선도가 좋았음.
드레싱은 갱쟁히 익숙한 땅콩소스 맛 그거.
그리고 수박으로 입가심.
여기도 수박이 제철은 아니그나ㅋ
대만 편의점을 점령한 K 소주와 함께
둘째 날 일정도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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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
첫 동남아. 태국 방콕 여행 마지막 날 - 역시 한 번 더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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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
첫 동남아. 태국 방콕 여행 셋째 날 - 룸, 스위트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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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
첫 동남아. 태국 방콕 여행 둘째 날 - 낮보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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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