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QLC라고? 삼성 T5 EVO 외장 SSD
SSD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QLC는 사지 말란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나도 같은 말을 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고.
P3 Plus 덕분에 오해가 살짝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QLC를 선뜻 추천하진 못하겠다.
서랍 어딘가에서 출토된 SLC SSD.
용량은 무려 32GB씩이나 된다.
2008년에 구매했던 건데, 당시에도 빠듯해서
OS랑 프로그램 몇 개만 간신히 올려서 썼었던.
그래도 느려터진 하드를 쓰다 신문물을 접하니
엄청난 속도에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은 사실 워낙 오래돼서 잘...
암튼, SSD가 대중화된 게 2010년대 초중반?즈음인데
SLC는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이미 주류는 MLC.
그리고 저가형으로 TLC가 혼재되어 있던 시기였다.
그때의 TLC는 MLC 대비 느린 속도나 수명 문제 등
지금의 QLC와 똑같은 취급을 받았었다.
뭐 이젠 소비자용 하이엔드 제품까지도 다 TLC지만.
어쨌든, 아직 갈 길이 아주 많이 멀어보이긴 해도
QLC 제품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외장 SSD만큼은 TLC를 고집하던 삼성에서도
QLC를 사용한 제품이 나와버렸다.
외장 SSD에 흔치 않은 디램까지 달려있으면서
4TB가 $199밖에 안 하길래 무지성으로 지르려다
일단 리뷰를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QLC였다.
크루셜 X6에 당했던 기억이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서
외장 SSD만큼은 QLC를 사고 싶지 않았고
그래도 일단 벤치마크나 찾아보자 싶어서 검색해 보니
이거 벤치마크 결과가 쫌 많이 이상한데????
https://www.anandtech.com/show/21135/samsung-t5-evo-portable-ssd-review-qlc/3
아난드텍에 올라온 벤치인데
430MB/s 정도의 속도가 대충 13000초.
그러니까 대충 3시간 반 넘게 유지된다.
430MB X 13000 = 5.6TB...
?????
이게 맞나 싶어 조금 더 찾아보니
뻘짓연구소 채널에서도 같은 제품을 리뷰했는데
결과가 똑같네?
어...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요즘 나오는 SSD는
대부분 TLC 아니면 QLC인데
속도와 내구성을 올리기 위해 Pseudo-SLC...
그러니까 보통 SLC 캐시라 부르는 기술을 사용한다.
이게 캐시용 SLC를 따로 두는 건 아니고
TLC/QLC 낸드를 마치 SLC처럼 사용하는 건데
TLC는 3비트, QLC는 4비트를 기록하니
SLC처럼 셀을 1비트만 사용하면
TLC는 최대 용량의 1/3, QLC는 1/4이 된다.
그럼 SLC 캐시의 최대 크기도 자연스레 1/3, 1/4.
물론, 이론상 최대 크기가 그렇다는 거고
실제론 제조사마다 천차만별로 설정되어 있다.
삼성, 크루셜 이런 애들은 캐시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WD SN850X는 600GB로 거의 최대까지 늘려놓았다.
암튼, T5 EVO는 QLC니까 SLC 캐시는
아무리 커도 최대 용량의 1/4 이어야 하는데
...이상하지?
그래서 샀다. 그 수상한 외장 SSD.
벤치마크는 8TB고 내가 산 건 4TB지만.
대충 삼성스런 종이 빢쓰 포장
생긴 게 또 제법 그럴싸하다.
케이블은 C to C 하나만 덩그러니.
소프트 코팅이 되어있어서 질감이 갠찮다.
나중에 벗겨지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크기는 적당히 아담함. 대신 두께가
좌우 놈들보다 1.5배는 두껍긴 한데...
외형이 중요한 게 아니니 바로 테스트를 돌려보자.
그래서 더티 테스트.
8TB짜리와 마찬가지로 용량의 3/4까지
40% 언저리에 잠깐 떡락한 구간이 있지만
430MB/s 정도의 속도로 쭉 밀고 간다.
(아마도) 캐시를 모두 소진하고 난 뒤
QLC 직접 쓰기 속도는 20MB/s로 매우 느려짐.
빢쓰에 460MB/s라고 적혀있었는디
MiB로 변환하면 뭐 대충 최대 속도랑 맞아떨어진다.
윈도우식 MB는 이제 MiB로 표기해야 올바른 건데
언제 바뀌려나.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연속으로 쓰기를 조졌는데도
온도는 고작 54도밖에 안 된다.
중간에 확인했을 때 58도까지도 올라갔었
실내 온도는 28도 언저리였음.
이러면 발열 걱정은 1도 필요 없겠다.
근데 캐시 회복하는 속도 확인하는 걸 까먹어서
더티 또 돌림.
결과는 이번에도 똑같이 3/4까지 속도 유지.
그리고 10분 일시 정지 눌렀다가 재개했는데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속도가 안 올라온다...어...음...
그냥 쓰기만 3TB 더 조졌네...
870 QVO 4TB의 보증 수명이 1440 TBW라서
이 녀석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6TB에 벌써 1%가 빠졌다.
대충 테스트?는 여기까지 하고.
용량의 3/4까지가 캐시인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뇌내망상으로 돌려본 가설을 하나 던져보자면
Pseudo-SLC가 아닌 Pseudo-TLC.
그러니까 TLC 캐시를 적용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4비트 셀을 3비트로 사용하게 되니
용량의 3/4까지 속도가 유지되는 게 일단은 설명이 된다.
아까 올렸던 그 그래프를 다시 소환해 보면
캐시를 모두 소진한 뒤 TLC 낸드에 직접 쓸 때 속도가
1.5GB/s를 상회하는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해 있다.
T5 EVO는 USB 3.2 Gen1 아오 USB 이름 진짜 거지 같네
스펙이다 보니 최대 속도가 5Gbps인 데다
애초에 내부 인터페이스도 SATA다.
그러니 1.5GB/s면 이미 스펙을 한참 뛰어넘는다.
다만, TLC 캐시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게 문제인데
https://www.techpowerup.com/ssd-specs/solidigm-d7-p5510-7-5-tb.d1331
그러다 발견한 pTLC(QLC) SSD.
QLC 낸드를 pTLC로 쓰면서 7.5TB의 용량이면
QLC로 썼을 때의 용량은 10TB라는 거고
디램 크기가 10GB인 거 보니 딱 맞아떨어진다.
(디램 용량은 1TB당 1GB가 국룰)
소비자용 제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게 있다면
TLC 캐시도 그저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니겠는데?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당연히 더 좋겠지만
SATA SSD의 속도인 500MB/s 정도만 나와줘도
자료를 저장하고 게임을 설치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용도로는 여전히 충분하다는 생각이라
T5 EVO를 SATA SSD로 내놓는다면
살 만하겠는데?
물론 가격을 좀 많이 싸게...
아무튼, 이 수상한 QLC가 아무래도 QLC의 미래 같다.
덧,
캐시 구간 이후 속도를 제대로 확인 못 한 게
아무래도 맘에 걸려서 또 지랄을 해봄.
이번엔 더티 테스트 말고 파일을 복사해서 꾸역꾸역 채웠다.
속도가 떨어지고 나서도 20분쯤 더 지나서 복사를 취소하고
10분 정도 냅뒀다가 다시 파일 복사를 하니
그래도 35~40MB/s 수준까지는 올라옴. (츄라이 1)
하지만 얼마 못 버티고 다시 20MB/s 정도로 떨어진다.
다행히도 QLC 직접 쓰기 속도가 20MB/s는 아닌 것 같으니
계속 테스트를 이어가 봄. 이번엔 한 시간을 냅둔 뒤
다시 복사해 봤지만, 여전히 35~40MB/s 정도다. (츄라이 2)
혹시나 디스크가 절전 상태로 들어가서 일을 못 한 건가 싶어
Crystal Disk Info 켜놓고 자동 새로고침 상태로 냅뒀는데
츄라이 2에는 미지근하지도 않았던 녀석이
한 시간 내내 50도를 넘는 상태로 있네?
분명 내부적으로 뭔가 일하는 중인건 확실한데...
쨌든, 그렇게 한 시간 뒤 다시 확인해 보니
55~60MB/s까지는 속도가 올라왔다. (츄라이 3)
뭔가 냅두면 냅둘수록 속도가 올라오는 느낌적 느낌이라
또 한 시간을 냅둔 뒤 시도해 봤지만
초반에 140MB/s를 넘길래 오? 하는 생각도 잠시.
바로 떨어지면서 또 55~60MB/s의 속도다. (츄라이 4)
그리고 더티 테스트로 쐐기를 찍었다.
맨 처음의 429MiB/s는 그냥 무시하면 되고
어쨌든, 3/4 구간 이후 속도는 55~60MB/s로 보면 될 듯하다.
아난드텍 벤치마크(8TB)도 딱 60MB/s로 나왔었는데 똑같네.
다만, 3TB 이상 연속 쓰기 작업이 이어졌다면
20MB/s밖에 안 나오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야
그나마 60MB/s까지 올라오는 듯.
아무리 QLC라고 해도 이 속도는 좀 많이 아쉽다.
그도 그럴 게 QLC SATA SSD인 870 QVO는
쓰기 캐시를 소진한 이후 QLC 직접 쓰기 상태에서
170MB/s가 나오는데 (대신 캐시가 8TB 기준 84GB뿐임)
870 QVO는 96단이고 T5 EVO는 더 최신인 176단 낸드인데도
QLC 직접 쓰기 속도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게 많이 아쉬운 부분.
170MB/s면 그래도 3.5" 하드 속도니까 그럭저럭이지만
60MB/s는 2.5" 하드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QLC 낸드라 그런지 회복? 속도도 상당히 더딘 것 같고.
물론, 3TB를 한 번에 기록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근데 외장 SSD라는 특성?상 복사가 끝나면 뽑아버릴 텐데
회복 속도가 더디다면 사실상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닝가...
그래도 뭐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이건 그냥 3TB짜리고
나머지 1TB는 없는 셈 치더라도 여전히 가성비는 괜찮으니까
이만하면 되었다.
분명 QLC의 미래를 보았다며 글을 마쳤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단 걸
이렇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는구나.
헛짓거리하느라 쓰기량만 겁나 늘었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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