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스펙 표를 만들면서.
2010년 2월. 홍대의 어느 대리점에 전시되어 있던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보았다.
그곳에서 잠시 만져본 모토로이는 당시 사용 중이었던 아이폰 3Gs보다 모든 게 느렸다.
그놈의 모토로이 때문에 '안드로이드는 느리고 답답한 OS'라고 각인될 뻔 했다.
나중에 스펙을 찾아보니 550MHz의 CPU(프로요 이후 600MHz로 향상)와 256MB의 램.
3Gs만 해도 600MHz 정도였고 레퍼런스인 넥서스원은 1GHz, 512MB의 스펙.
느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리고 램 고자 딱지가 평생 따라다녔지...)
모토로이 패스.
그리고 시간이 흘러 5월. 넥서스원과 쌍둥이인 HTC 디자이어가 나온단다.
선 발매 국가에선 이미 초도물량 품절사태까지 났단다.
1GHz, 512MB 롬, 그리고 512MB 램.
당시 시장엔 이미 갤럭시A가 나와 있었지만 옴레기의 여파로 삼성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았었다.
그에 반해 HTC는 WM기기에서 보여준 최적화 능력과 Sense UI 덕분에 떠받드는 분위기.
요놈이구나~ 하고 샀다.
혼자 사기 뭐해서 슬슬 손전화 바꿀 때 된 친구도 꼬드겨서 같이 샀다.
...
이거 뭐야 롬 512MB라며 왜 앱 설치 공간이 140MB밖에 안 나와?
외장 메모리엔 설치도 안 되네?
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구매한 내 불찰이었다.
게다가 추가로 터치 축 겹침 오류와 '펜타일' 아몰레드의 보기 싫은 자글거림까지.
그나마 당시엔 1MB 전후의 작은 용량의 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얼마 안 가서 용량 큰 앱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프로요 이후에 가능해진 외장 메모리로의 앱 이동 역시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나중에 등장한 Link2SD나 App2SD 등의 해결책이 있긴 했지만, 이 역시 위험이 있어서리.)
물론 난 터치 오류와 자글거리는 펜타일 때문에 구매 2주 만에 사뿐하게 처분했었지만
메인폰을 바꿔버렸던 내 친구는........
나중에 용량 부족으로 앱 설치를 못 하고 있단 얘길 듣고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 ㅜ.ㅜ.ㅜ
그래서 작년 가을에 다시 꼬드겨서 갤럭시 S2를 구매하게 만들었다. ^_^*
얘기가 심하게 옆으로 새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512MB의 롬' 중에 앱 설치 가능한 공간이 꼴랑 140MB밖에 안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상세 스펙을 공개하지 않는 제조사가 더 많은데 그 당시엔 오죽했을까.
물론 처음엔 단말기가 몇대 안되니까 괜찮았는데, 2010년 3, 4분기쯤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어후.
이젠 정말 뭔가 필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만들었다. - _ -
2010년 10월 24일 처음 공개한 (시험기간에) 남는 잉여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첫 번째 안드로이드 스펙 표.
마지막 업데이트 전까지 출시된 50여 대 중 절반정도는 직접 써봤고, 일부 기종은 몇몇 분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자료를 제공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쌩유!
이 첫 번째 스펙 표는 '한번에, 한눈에' 볼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만들었다.
그래서 스펙을 세로로 배치했던 건데...새 기기가 추가될 때마다 오른쪽으로 한없이 늘어났고
나중엔 단말기 성능으로 등급을 나누어 보기도 했지만 분류할 기준 자체도 애매했다.
개인 사정을 빙자한 이러저러한 이유로 작년 초여름부터 업뎃 중단+방치.
애초부터 보는 방법이 글러 먹었던 거다. 추가 업데이트에 대한 대비책도 안 되어 있었고. ㅜ_ㅜ
그래서 두 번째 스펙표는 '한눈에' 를 포기하고 넓게 만들고 있다.
정렬과 필터기능을 적극 활용할 생각...인데 잘 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첫 번째 스펙 표는 분명 실패작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한가지 자부하는 부분이 있다.
이 스펙표의 핵심 부분 '가용 램' 과 '앱 설치공간'이다.
이건 제조사의 스펙 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스펙 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거다.
그딴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512MB~1GB 정도의 롬과
256~512MB의 램이 주류를 이루던 그 시절엔 상당히 중요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디자이어처럼 512MB의 중 겨우 140MB 정도만 앱 설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고
옵티머스 마하는 1GB의 롬 중 꼴랑 240MB만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갤럭시S처럼 시스템용 원낸드를 따로 두는 단말기도 있었지만
롬을 쪼개서 일부는 시스템으로, 나머지를 앱 설치 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가용 램. 대부분이 512MB를 탑재하긴 했지만, 이 역시 차이가 컸다.
512MB이지만 가용은 340MB 정도가 나와서 콩가루가 되도록 까였던 갤럭시S와 친구들.
같은 512MB인데 480MB가 넘어가던 모토글램. 이렇게 150MB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거기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좀비 앱들이 상주한다면...휴.
물론, 업데이트를 잠시 쉬는 동안 시대가 급변했다.
듀얼코어, 1GB 램, 그리고 앱 설치공간은 이제 평균값이 GB 단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상향 평준화까지 이루어져서 이젠 크게 뛰어나거나 혹은 그 반대이거나 하는 단말기는 거의 없다.
마치 초등학교 1, 4학년짜리가 커서 대학교 1, 4학년이 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비유가 영 이상한데...)
램이 1GB 정도면 가용 1~200MB 차이 난다 해도 사실 사용에는 별 차이 없을테고
앱 설치공간 역시 GB 단위라면 140MB의 악몽 같은 일은 없을 거다.
근데...전부 다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렇게 스펙 표를 만들면서 또 잉여력을 쏟고 있지는 않을 텐데.
MWC에서 쿼드코어 단말기들이 소개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싱글코어 단말기가 출시되고 있다.
삼성에서 가장 최근 선보인 갤럭시 M 스타일의 AP는 MSM7227A-T@1GHz
MSM7227A (ARMv7, CORTEX-A5, 800MHz)의 팩토리 오버 버전으로
다행히 구시대 유물인 MSM7227과는 다른 놈이다. (이름을 왜 이따위로...)
근데 그래 봤자 1세대 스냅드래곤 정도의 퍼포먼스밖에 안 나온다.
쿼드코어 시대에 싱글코어. 그것도 '스냅드레기'라는 애칭을 달게 해준 1세대 스냅드래곤의 성능.
그래서 결심한 거다.
한 번 더 잉여력을 쏟아보자고. - _ -
근데...위에서도 얘기했지만 1GB 정도의 램이 탑재되었다면 가용 램 신경 쓸 필요 없고
앱 설치공간은 GB 단위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ICS부터는 iOS처럼 통합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하면 앱 설치공간도 자연스레 그만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고민도 쫌 했었다. 이걸 다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하고.
하지만 단일 플랫폼 단일 디바이스인 아이폰과는 달리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고 제조사 역시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리고 한 제조사 내에서도 모바일 AP는 여러 회사의 물건을 사용한다. 그 모바일 AP들의 종합성능은 제각각이다.
지금이야 LTE 문제로 스냅드래곤에 묶여있지만, 봉인이 해제되면 다시 무한 스펙 경쟁을 시작할 테지.
그럼 또 혼란은 시작될 텐데, 아무래도 모두 엮어서 비교해둔 자료가 있다면 소비자의 혼란이 덜어지지 않을까?
라는 깊은 생각...^_^
일 리 없고 그동안 스멀스멀 쌓이던 잉여력이 과충전되어서 폭발 직전이라 그런 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냥 심심해서.
이제 절반 정도 진행 중인데 벌써 귀찮아진다.
아...얼른 대충 해치워야지. 괜히 시작했나 보다 -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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