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팔릴까? LG V30 (LGM-V300S) 개봉기
출시 직후 리뷰어들이나 IT커뮤니티 반응도 좋았고
직접 만져보니 V30은 분명 잘 만든 물건이다.
근데 왜 안 팔릴까?
라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도입부로 글을 시작해 본다.
삼성이 갤러리 앱에 상병신 짓을 한 것(클릭)과는 별개로
전부터 구매를 고려하고 있었다. G6에서 희망(??)을 보았고
G6 개봉기(클릭)의 끄트머리에도 적어놓았듯
나름 V30에 대한 기대감이 컸거등.
괴짜? 덕후?스러움을 내세운 V10, V20와는 다르게
딱히 어느 한 군데 모난 곳 없이 무난함으로 무장한,
마치 G6의 진정한 완성형을 보는 것 같은 제품.
그래서 골수팬(?) 중엔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사실 대중에게 어필하기에 무난함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근데 라이벌로 노트를 지목했네?
아이고.
LG 마케팅팀 어제오늘 그런 거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어쨌거나 샀으니까 까보자.
열자마자 단말기 대신 LG 로고가 박힌 융이 반겨준다.
검은색이라 얼마 안 가 먼지투성이가 되겠지만,
그래도 이런 거 넣어줘서 나쁠 건 없다.
앞뒤가 모두 유리라 순식간에 지문범벅이 될 테니까.
대충 보면 갤시팔이처럼 생겼다.
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들은 더 닮아가고 있다.
쓸데없는 종이쪼가리들.
통신사 관련 종이쪼가리는 자주 봤지만
자사 가전 홍보물이 들어있는 건 또 처음이네-_-
폰 밑에 매뉴얼과 유심 핀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고
그 밑으로 이어폰이 들어있는 상자와
USB-A to C 케이블과 충전기
그리고 이어폰 상자를 꺼내면 또 그 밑에
이렇게 OTG용 USB-A to C 젠더와
Micro USB to USB-C 젠더까지
온갖 것들이 다 들어있다.
9V 1.8A까지만 지원해도 어쨌든 QC 3.0 대응 충전기.
어차피 QC 2.0과 3.0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큰 의미는 없다.
다시 봐도 갤시팔이 같음.
지금 이 글을 두드리면서도 계속 보고 있는데
봐도 봐도 갤시팔이 같음.
테두리 색상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번엔 보라색을 샀읍니다.
런칭 땐 빠져있다가 나중에 추가된 색상.
그리고 얼마 전 라즈베리 로즈도 추가됐다.
컬러 마케팅도 많이 팔리는 폰이나 하는 거지
얼마 팔지도 못하면서 왜 이런 짓을...
이렇게 보면 정말 못생긴(?) 색깔인데
빛을 받으면 얘기가 달라지지.
삼성이 쓰다 노트8부터 빼버린 렌티큘러 필름 덕분에
이렇게 영롱한 보랏빛을 내뿜는다.
갤시팔이 오키드 그레이 색상의
차갑디차가운 보랏빛과는 다르게
V30은 대놓고 보라보라함.
전원/잠금 겸 지문 인식 버튼이 후면에 있어서
좌측엔 음량 버튼만, 우측에는 심 카드와 외장 메모리 슬롯만.
이어폰 단자가 상단에 있다.
요즘 대부분 하단에 때려 넣지만, 얘는 밑에 있다.
개인적으론 위에 달린 게 더 편해서 맘에 듦.
하단엔 USB-C 단자와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는데
스피커 그릴 모양이 어째 갤시팔이 스타일일세.
G5, V20, G6까진 가로로 길쭉한 모양이었는디...흐음.
아, 글고 보니 G6의 못생긴 수화부도 멀쩡해져서 돌아왔다.
이건 잘했네.
스피커는 충분히 넉넉한 음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고음이 부각돼서 약간은 거칠고 지저분한 느낌.
나노 심 카드와 Micro SD 카드가 같이 들어가는 트레이.
우리나라엔 영영 나오지 않을 듀얼 심 모델과 부품을 공유하는지
Micro SD카드 부분에도 심 카드가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뷔떨띄 부팅 가즈아!
G6와 똑같은 알록달록 설정 화면.
작년 12월 생산품이라 아직 누가인 상태다.
오레오 업글 후 귀찮아서 초기화를 안 했기에
바뀌었는지 그대론지는 모르긋다.
여전히 앱 서랍 없는 런처가 기본.
아이폰처럼 오만가지 다 늘어놔야 하는
불편하고 지저분한 런처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AOD!
는 G6에도 있었지만, 더 쓸모 있게 개선되었다.
맨 위 배터리 및 알림 표시 부분을 옆으로 슥 밀면
카메라, 메모, 와이파이, 소리, 블루투스, 손전등 바로 가기
그리고 음악 재생 제어도 사용할 수 있음.
V시리즈만의 특징인 세컨드 디스플레이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걸 만들어두었네.
근데 저 여섯 개의 바로 가기는 편집 불가능.
늬들은 닥치고 우리가 정해준 대로나 써^^^^^
는 애플 스타일인데, 이런 건 배우지 말자 젭알.
저 위에서 얘기했듯 아직 누가 버전.
이미 오레오까지 나왔으니 어여 업글합시다.
막간을 이용해서 갤시팔이랑 크기 비교나 해보자.
V30의 디스플레이는 6인치로 5.8인치인 갤시팔이보다 크지만,
상하 베젤이 훨씬 좁은 덕분에 높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
대신 폭은 시팔이에 케이스를 끼워놓은 것보다도 넙데데함.
디스플레이 크기 차이도 있고, 또 시팔이는 엣지 디스플레이로
좌, 우측 끄트머리가 말려 있는 형태라 더 좁다.
모서리 라운딩 처리는 G6보다 깔끔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곡선 시작 부분이 덜 다듬어짐.
샤오미 홍미 5 플러스는 아주 깔끔하더라 LG야.
오레오 먹었듭니다. 일해라 샘성 놈들아
오레오 순정처럼 설정 항목이 간결해졌다.
목록 말고도 전통적인 LG 스타일 '탭 보기'로 변경 가능.
통신사 앱을 비롯, 잡다한 쉬레기 앱들이 많아서
싹 다 날리고 난 뒤 남은 공간. G6보다 1GB 이상 많다.
버튼 배열 변경도 여전하고,
배경이 흑과 백만 가능한 것도 여전하다.
세컨드 스크린이 빠진 대신 플로팅 바라는 기능이 생겼다.
누르면 펼쳐지는 쬐끄만 버튼이 둥둥 떠다니는데,
펼친 상태에서 좌우로 슥슥 스와이프할 때마다
다섯 개의 앱 혹은 기능 바로 가기나 음악 재생 제어,
캡처 도구 그리고 빠른 연락처가 나타난다.
AOD 화면과는 달리 플로팅 바의 바로 가기는 편집 가능.
샘승폰의 엣지 패널도 안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겐
있으나 마나겠지만, 뭐 누군가에겐 유용하겠지.
음량 버튼으로 캡처+와 카메라를 실행하는 바로 가기 버튼은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G6와 1도 다르지 않다.
꺼진 화면과 잠금 화면에서만 동작하는 것까지 그대로.
전원/잠금 버튼 두 번 눌러서 카메라 진입하는 기능이
순정 안드로이드에 들어간 지도 꽤 오래 지났는데
구글과 나름 긴밀한 관계에 있는 LG는 왜 아직도 이러는 걸까.
지문 인식 센서가 통합된 게 발목을 잡기라도 하는 건가?
후면에 있던 음량 버튼은 진즉 측면으로 이사 와서
이제 후면 버튼을 유지하고 고집할 이유도 없어졌으니
그냥 픽셀2처럼 옆에다 전원/잠금 버튼 따로 하나 더 달면
여러모로 훨씬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설정-화면에서는 다른 것보다
'화면 색상'이 눈에 띈다.
드디어 LG 폰에도 색온도 조절 기능이 들어갔다요!
그 옛날 G플렉스 이후로 한참 만에 OLED를 쓴 제품인데도
진득한 색감은 근래 삼성 기기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다.
다만, 내가 산 물건은 기본 색감이 약간 푸른 쪽으로 틀어져 있어서
색온도 살짝 올리고 녹색을 뺐더니 한결 나은 색감이 됨.
그래도 약간 푸르스름한 느낌이지만, 이 정도는 눈화밸로 극뽁 가능.
하지만
백색 화면을 띄웠을 때 매끈하지 못하고
마치 모래알처럼 자글거리는 화면을 보여준다.
펜타일이라 생기는 것과는 다른 일명 '한지' 현상.
샘승이 과거에 겪었던 문제를 고대로 답습하고 있구나.
밝기가 80%를 넘어서면 눈에 거의 띄지 않지만,
보통 실내에서 사용하는 수준인 60% 밑으로 떨어지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내려갈수록 점점 더 거슬림.
요 사진은 잘 보이게 하려고 쪼끔 과하게 보정한 거라
평상시엔 이 정도로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약간 어두운 곳에서는 이거랑 거의 비슷할 듯.
어...근데 이거 불 끄고 침대에 자빠져서 써보니
50% 밝기보다는 되려 눈에 덜 띄는데??
내친김에 불 다 끄고 장노출 사진까지 찍어봄.
워낙 문제가 심해서 베타 테스터 소리까지 나왔던 게
고 사이에 공정이 개선된 건지 아니면 뽑기가 잘 된 건지
출시 초에 올라왔던 사진들보다는 훨씬 양호해졌다.
LG도 본격적으로 소형 OLED에 손을 댔으니까
V40 나올 때쯤이면 신경 안 써도 될 수준까진 올라오겠지.
LG가 야심 차게 밀고 있는 부분인 고음질 음악 감상.
MQA 지원을 비롯해서 설정에도 두 가지가 추가되었는데
그중 하나인 디지털 필터는 DAP에서나 볼 수 있던 기능.
그리고 사운드 프리셋은 그냥 이퀄라이저다. -____-
G6와 같은 ES9218P를 쓰지만 측정치는 G6보다 못하다고.
그 미묘한 차이를 과연 인간이 감지해낼 수 있는 건가 싶다마는.
전체 볼륨은 여전히 75단계. 하지만 1단계씩 조절되도록 바뀌었다.
G6 이후 기기에 적용. DAP를 표방하는 만큼 이게 당연한 거다.
삼성 폰도 사운드 어시스턴트로 미세 볼륨 조절이 가능해졌는데
SE 8.5 이상 버전이 필요해서 지금은 노트 8만 가능.
이거 작년에 S8 사자마자 제안했던 기능인디
어찌어찌 반영은 됐네-_-
사진 합칠 거 생각 안 하고 멍충하게 찍어놔서 이 모양이다 ㅋㅋㅋ
AP는 스냅쥬레건 835, 긱벤치 점수는 요 정도.
고새 안투투가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때문에 대조군이 없어져서 갤시팔이랑 픽셀도 돌려봄.
긱벤치 점수는 분명 수납 835인 V30가 훨 좋게 나오는데
안투투 CPU 점수는 수납 821과인 픽셀과 별반 차이가 읎다.
GPU로 벌었지만, UX로 까먹어서 합산 점수는 또이또이.
기존에 17.6만 점 나오던 갤시팔이는 거의 20만 점을 찍네.
이 참 뭐...이런 애매하고 모호한 결과가 나오고 그런다냐.
아무래도 점수가 납득이가 안 돼서 다음 날 다시 돌려봤다.
결과는 소폭 상승한 18만 5천 점.
중간에 뭐가 문제였는지 계속 16만 점을 넘지 못해서
이거저거 해보다 결국 재부팅 하니 점수가 올라감-___-
여세를 몰아 연속 5회 돌려본 벤치마크에서도
꾸준히 18만 점대를 유지해 주었다. (실내온도 19도.)
하지만 같은 수납 835를 쓰는 원플러스 5T와 샤오미 Mi6는
20만 점을 웃돌던데, 어째 걔들보다는 약간 낮게 나오네.
그래도 발열 관리가 좋아서 스로틀링은 거의 없다고 하니
성능은 꾸준하게 뽑아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슬슬 끝내보도록 하자.
쓸 타이밍을 놓쳐서 뜬금없지만 진동 느낌이 정말 좋다.
키보드나 버튼 같은 기본적인 진동은 물론이고
설정에서 스위치를 켜고 끌 때, 스와이프로 알림을 날릴 때
단순한 진동이 아니라 살짝 늘어지는 듯 묘한 진동 피드백은
과장 쪼끔 보태서 사과 전화기의 탭틱 엔진이 생각날 정도.
(당연히 말이 그렇다는 거임. 전용 하드웨어와는 비교가 안 되지.)
글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V30은 분명 잘 만든 기계다.
하드웨어 적인 것 말고 LG 페이 등의 서비스도 시작하면서
경쟁사와 비교해서 부족했던 부분을 열심히 채워가고 있고.
구글 드라이브 프로모션이 없어서 살짝 서운했던 거^^^말곤
딱히 어디 꼬집어 비틀고 싶은 곳 없이 잘 만든 물건인데
왜 안 팔릴까?
답은 뻔하지 뭐. 멀쩡한 샘승, 사과 전화기를 두고
굳이 LG 제품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1도 없으니까.
경쟁사보다 완성도가 월등히 좋다면 또 모르겠다만,
다른 회사들도 놀고먹는 게 아니라서 그건 안 되겠고.
타사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봐야
고성능 DAC뿐인데, 그거 어필해서 몇 대나 더 팔리겠어.
그리고 그간 삽질을 거듭해온 탓에 등 돌린 소비자도 많다.
뭐야. 그냥 흔한 총체적 난국이구만-_-
11분기 연속 적자 신화의 조준호는 사임했지만
이미 줄어든 무선 사업부와 조 단위 적자는 어쩔.
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 내놓는대도
LG 스마트폰의 부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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