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맥컬리 아이스키라는 키보드를 사용했었다.
당시 팬터그래프 키보드 중에선 손에 꼽힐 정도의 키감이었고
아이락스 키보드 쓰다 저거 쓰면서 엄청 감동받았던 기억.
그리고 쓰다 키캡이 뽀개져서 울며 또 샀던 기억.
그러다 다른 키보드로 갈아타고 갈아타면서 잊혀졌었는데
이번에 키보드 대장정(?)을 하면서 문득 생각이나 검색해보니
애플 키보드, K810과 같은 레이아웃의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다.
정가가 $49짜리를 아마존에서 $20에 팔길래 일단 냅다 지름.
음...허접하다.
뽀오얀 키보드!
오른쪽에 허접하게 둘둘 감겨있는 건
AAA 배터리. 그릏다. 안 충전식이다.
키보드 레이아웃은 애플의 매직 키보드와 똑같다.
키 배치까지 그대로 판박이. Fn키 저기 있으면 불편한데.
그리고 커맨드(윈도우)키가 스페이스 바로 옆에 위치함.
그래도 요고는 키매핑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그렇다 치고.
이 녀석은 다행히 키피치가 풀사이즈다.
덕분에 K810과 거의 비슷한 크기.
대놓고 모바일용으로 나온 탓에 이런 게 달려있다.
요고 접어서 수납하면 자석이라서 착 달라붙음.
이왕 다는 거 높낮이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달아주지.
장치에 연결되면 저렇게 LED가 계속 켜져 있다.
작고 흐릿한 LED이지만,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빨아먹을 텐데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지??
다른 키보드처럼 Fn키 누를 때만 반짝 켜지는 게 낫지 않나??
그리고 여기서 보이는 또 다른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
그릏다. 펑션 키가 아닌 기능 키가 상위라서
펑션 키는 Fn키와 조합해서 사용해야 한다.
전용 소프트웨어도 따로 없어서 노답.
오토핫키 같은 걸로 어찌어찌 쓸 수는 있겠지만
예전에 매직 키보드 사용할 때 써본 기억으론
것도 뭔가 큰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디.
맥컬리 아이스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샀다고 했지만
가격이 가격인 터라 솔직히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근데 이거 키감 되게 쫀쫀한데? 완젼 뜻밖이쟈나??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K810보다 되려 이쪽이 더 취향.
하...그 옛날 아이스키 만들던 맥컬리 어디 안 갔구나.
아무리 저려미라도 맥컬리는 맥컬리였다. ㅜㅜㅜbbb
근데 키 배치나 기능키가...후...
이 레이아웃 그대로 윈도우용으로도 내주면 안 될까?? 응??
창고로 보내기엔 키감이 느므 아쉽고
그렇다고 사용하기엔 키 배치와 펑션 키가 지랄스럽고.
으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