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터보 배기가스 유입에 대한 경과 정리 및 소송 종결.
2012년 6월 5일.
시승기에 배기가스가 언급되지는 않았고 휘발유냄새가 심하게 들어온다는 내용만 있었다.
냉각수가 끓어 넘치는 문제로 현대 연구진과 함께 추가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마무리.
2012년 7월 6일.
오토뷰 김기태 PD 칼럼에 벨로스터 터보 테스트 그 이후...(클릭)라는 글이 게시되었다.
여기서 치명적인 양의 배기가스(일산화탄소)가 유입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민감한 부분이라 바로 내용이 변경되어 지금은 위 링크에서 해당 내용은 볼 수 없지만, 동영상에서는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발 빠른...아니 손 빠른 본인은 해당 내용을 발췌해 두었다.
우리팀은 지난해 11월 준대형 세단의 배기가스 유입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그랜저는 고속 주행 테스트 십여분을 넘어서며 60ppm에 달하는 CO(일산화탄소)의 실내 유입 문제를 보여준 바 있다. 현대차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몇 차례에 걸쳐 보완 솔루션을 내놨다.
벨로스터 터보도 배기가스 유입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테스트 5분 만에 140ppm 이상의 CO(일산화탄소)를 실내로 유입시켰기 때문이다. 그랜저 대비 고속 주행 비중이 높은 벨로스터 터보의 특성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랜저 대비 벨로스터 터보 운전자들이 고속주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팀의 테스트 결과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140ppm 이상이 실내로 유입됐으며 동영상 촬영 때의 최고 수치는 170ppm
까지 기록됐다. 그랜저 대비 3배의 수치가 단시간 안에 유입된다는 사실에 우리팀도 경악했다. 마음 같아서는 최대 유입 수치까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팀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테스트를 중단했다. 참고로 최초 테스트 때 부각된 수치는 10분 내외 주행에 200ppm 부근이
었고 이후 환기를 시키고 휴대폰으로 영상 촬영을 시도 한 것이다. 환기 없이 20~30분 정도 연속 테스트가 이뤄졌다면 얼마까지
수치가 올라갔을지 알 수 없다. 혹시라도 벨로스터 터보의 소비자가 200km/h 이상의 고속주행을 자주 즐겼다면 그 소비자의
몸으로 흡수된 CO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200ppm 이상의 일산화탄소. 가히 치명적인 수치다.
2012년 7월 7일.
배기가스 문제는 냉각 효율 저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벨로스터 터보 오너들을 모아서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신고 글 대량 드랍.
그래 봐야 3~40명 정도밖에 안 되었다. 얼마 안 팔린 차는 이럴 때 정말 서럽다.
(이미 6월 말에 해당 문제를 발견, 신고한 선구자분들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전화가 왔다. 형식적이지만 이것저것 물어보긴 하더라.
2012년 7월 9일.
며칠간 스트레스를 빡빡 받으며 눈먼 사람에게 팔고 제네시스 쿠페로 바꿀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대응책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동호회에 배기가스 관련된 공지가 올라왔다.
이렇게 일단은 한 시름 던 듯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휸다이 이 새끼들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거네?
2012년 7월 11일.
유입의 심각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구매, 1차 유입 테스트(클릭) 실행.
다행히 일상주행에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됨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12년 7월 14일.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뿐.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분께서 고속주행 테스트(클릭)를 하였는데 결과가 충격적이다.
이쯤 되면 죽으라는 거지.
2012년 7월 19일.
자동차결함신고 센터에 신고했던 내용에 대해서 메일이 날아왔다.
뭐? 운전하다 죽을 수도 있는데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치는 제작결함이 아니라고? 장난하세요?????
그리고 몇 시간 후 핸드폰으로 문자도 날아들어왔다.
그러니까, 휸다이에서 수리를 해 주고 있으니까 퉁 치고 넘어가라. 이 얘기지?
2012년 7월 23일.
하염없이 개선조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일 오세요.' 연락을 받음.
하지만 이날 오후 오토뷰 김기태PD 칼럼에 새 글이 떴다.
벨로스터 터보, 배기가스 유입방지 솔루션 적용 그 이후(클릭)
요약하면 '막아놓으니 유입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심각함.'
뒷목이 한 번 더 뻐근해진다.
5/17 이전 생산차량 오너를 모아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여 바로 참여하겠다는 메일을 발송하였다.
2012년 7월 24일.
보완솔루션(이라 쓰고 스포일러 구몽 땜빵이라 읽음) 적용.
수리기사님한테 이런저런 한탄의 말을 했더니 배기가스 유입 안 되는 차는 없다며
그거 다 쑈 하는 거라는 둥, 안티 동호회에서 건수 잡으면 돈 받는다는 둥.
그리고 100대 중 유입되는 한 대 측정한 거라는 둥...(백 대중 한 대라도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데 참...기사분이 뭔 죄가 있겠느냐마는, 기분은 착잡하고 깝깝하더라.
뭐 아무튼, 혹시 오토뷰에서 테스트한 차량의 조치가 완벽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2차 유입 테스트(클릭) 실행. 결과는? 애석하게도 오토뷰 칼럼과 같음. '여전히 들어옴'
김한용 기자의 About CAR / 일산화탄소 유입문제(1) - 어떻게 하면 배기가스가 안들어올까(클릭)
이 글을 읽어보니 트렁크 주변을 아예 용접해서 막는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인 것 같고
아무래도 그랜저 HG처럼 내기순환 모드에서도 고속주행 시 외기를 유입시키는 방법 말고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독일 수입차들도 고속에서는 강제로 외기가 유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튼, 개선조치를 하였음에도 유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고속주행 시 여전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현대 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한 5/17 이후 생산차량 역시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때문에 5/17 이후 생산차량 두 대를 섭외하였고 주말에 고속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5/17 이후 차량에서도 유입이 확인된다면 현재 오토뷰에서 진행예정인 피해 보상 청구 소송 참여 대상이
5/17 이전 생산차 오너가 아니라 벨로스터 터보 전체 오너가 대상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이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그러니까 요점정리를 하자면
외기+밀폐상황에서는 어떠한 주행조건에서도 유입되지 않음. (보배드림 울산주니님의 글)
외기+선루프 틸팅, 160km 이상, 4000rpm 이상 주행 시 미량의 유입이 있으나 금세 환기됨. (본인의 2차 테스트)
(앞차와 너무 가까이 붙었다거나, 터널주행으로 인한 일시적 유입이었을 가능성도 있음.)
내기+밀폐상황, 120km 미만, 3000rpm 미만 주행 시 유입되지 않음 (본인의 1차 테스트)
내기+밀폐상황, 160km 이상, 4000rpm 이상 주행 시 배기가스 유입, 축적됨. (오토뷰 첫 번째 칼럼, 보배드림 울산주니님의 글)
내기+선루프 틸팅, 160km 이상, 4000rpm 이상 주행 시 배기가스 유입량 폭발적으로 증가. (오토뷰 두 번째 칼럼)
내기 상태에서는 선루프를 틸팅해서는 절대 안 되며 외기유입 상태에서는 유입되지 않거나 금세 환기되므로
되도록 공조기는 외기유입 모드로 두고 주행할 것을 권장. (단, 시내주행 정도라면 내기순환 모드를 사용해도 괜찮음.)
아...스투뤠스.
2012년 7월 29일.
5/17 이후 생산 차량 두 대를 섭외하여 테스트(클릭)를 진행하였다. 각각 5월 말, 그리고 6월 말 생산된 차량.
결과는...애석하게도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았다.
현대에서 문제없다던 5/17 이후 생산 차량에서도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됨을 확인하였다.
다시 한 번 집단행동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 봐야 결함신고센터에 신고 글을 올리는 정도가 전부겠지만.
2012년 8월 24일.
오토뷰 김기태 PD로부터 메일이 왔다. 지난 7월 23일에 보낸 메일에 대한 답신.
애당초 7월 말에 답변을 주기로 하였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조금 늦어졌나 보다.
아무튼,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안녕하세요. 오토뷰 김기태PD입니다.
사전 공지해 드린 것처럼 벨로스터 터보 배기가스 유입 보상에 대한 소송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현재 1차 신청자 분들은 60여분에 달합니다.
5월 17일 이후까지 포함되면 80여분을 넘어섭니다만 제조사 측의 기준을 우선시 하여 5월 17일 이전 생산 모델 소비자 분들로 제한하였습니다.
변호사님과 논의하여 현대차 측으로의 손해 배상 청구액은 소비자 한분 당 약 5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려 합니다.
최종적인 것은 해당 사안을 진행 하기 위해 개설된 카페에서 논의 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소송에는 일부 비용이 소요됩니다.
소송 금액에 따른 인지대 등이 필요하며 변호사 및 사무원들의 기본 인건비 일부가 포함됩니다.
인지대 및 송달료는 소송 청구 금액의 일부를 내는 것으로 500만원 청구일 경우 약 3만원 내외,
1천 만원인 경우 5~6만원 정도가 인지대로 법원에 납부됩니다.
정상적인 소송에는 큰 돈이 들겠지만 이번 사안은 기업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 이유인 만큼
변호사 사무실 측에서도 최소 비용으로만 진행할 것입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2분의 변호사분들과 2명의 보조원이 해당 소송에 동참하시게 됩니다.
고문 변호사님과 상의했으며 소송 참여 비용은 10만원(1인 기준) 정도가 될 것입니다.
최소 참여인원이 10여분 정도는 되어야 진행될 예정입니다.
저는 벨로스터 소비자가 아니라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만 소송 준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 마련을 위해 300만원 가량을 개인적으로 보탤 생각입니다.
단, 최종 승소하여 각 소비자분 들께서 어느 정도의 보상금을 보장받으신다면 양해를 구하고 원금만 회수하려고 합니다.
물론 패소 또는 보상 금액이 너무 소액인 경우엔 초기 비용을 포기할 생각입니다.
제조사의 항소 등이 있을 경우 최종 판결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동참을 원하시는 소비자 분들은 충분히 고민하시어 참여하시겠다는 의사를 담은 메일을 해당 연락처로 전송해 주시면 되며 최종 마감은 8월 31일까지로 하겠습니다.
연락처 : law@autoview.co.kr
감사합니다.
당연히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답신.
대기업을 상대로 일반 소비자가, 그것도 극히 소수가 뭉쳐봤자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소송이 진행되면서 매스컴도 타고 해서 여러 사람이 알게 되면 뭐라도 좀 달라지겠지.
제발 달라져야 할 텐데.
2012년 9월 5일.
다시 김기태 PD에게서 메일이 왔다. 소송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충족된 모양이다.
내용은 공개하지 말아달란 코멘트가 있으니 옮겨 적지는 않겠음.
이제 시작이다.
2012년 9월 10일.
제작결함센터에서 메일이 왔다. 결함신고 글에 대한 답신인데, 이거 언제 올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3차 테스트를 완료한 7월 말에 남겼던 것 같은데...한 달이면 그나마 준수한 건가?
뭐 아무튼, 답신을 받긴 받았어. 근데
'그딴 건 결함도 아니지~' 라는 결함신고센터의 패기.
이 사람들의 기준은 대체 뭘까? 굴러가다 바퀴가 빠지거나, 불이 붙거나.
뭐 이런 수준이 아니라면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치는 제작결함'이 아닌 건가?
지난 7월 19일에 받았던 문자 CTRL+C, CTRL+V.
내가 분명 신고 글에 수리를 받았음에도 마찬가지라고 했고, 직접 통화할 때도 누차 강조했는데
눈과 귀는 장식용인가? 그리고 붙여넣기 답변하는데 한 달도 넘게 걸렸단 말인가.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참...답답하다.
2012년 10월 25일.
드디어 소장 접수. 잘 되어야 할텐데...
2013년 1월 23일.
담당 변호사님께 연락이 왔다. 현대차에서 답변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이 자세한 건 추후에 제출하겠다는 것.
아무래도 시간 끌기로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한다. 변론기일은 2월 중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
2013년 3월 22일.
역시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일은 아니구나.
어쨌든, 아직도 진행 중.
2013년 5월 8일.
잊고 있던 찰나에 법무법인에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판결...올해 안엔 나겠지?
2013년 5월 19일.
여전히 진행 중.
2013년 6월 13일.
드디어 변론 종결. 오래도 걸린다. 판결까지 또 두달 남았네.
근데 현대서 항소하면 또 기약 없어지는 건가?...
2013년 8월 7일.
드디어 판결이 나왔다. 그래서 결론은?
보나마나.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 라면 뻥이고 솔직히 아주 쬐끔 기대를 했었는데...
소비자가 기업을 이기는 일은 그야말로 기적이구만. 기분 참 꾸리꾸리하다.
어쨌든, 앞으로 현대차를 살 일은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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