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남아. 태국 방콕 여행 둘째 날 - 낮보다는 밤
첫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두 시간의 시차를 더해서
밤늦게까지 꾹꾹 눌러 쓴 기나긴 하루를 보냈으니
둘째 날은 대충 여유롭게, 느지막이 일어났다.
이번엔 다른 여행보다 거의 하루가 더 긴 일정이라
마지막 날까지 텐션을 유지하려면 체력을 잘 분배해야 한다.
특히나 덥고 습해서 더위에 취약한 나놈에겐 최악.
물론, 다행히도 비교적 덜 더울 때라
한낮에 34도밖에 안 올라간다. ^^^
아침부터 잠이 확 깨는 오토바이 러쉬.
오늘도 이 러쉬 사이로 어렵사리 길을 건너서
미니와 포르쉐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런 곳이 나온다. 짜런쌩씰롬.
이라고 구글 맵에서 검색하면 나옴.
일단 보리차 같으면서도 보리차는 아닌
시원한 물 한 잔(당연히 공짜 아님. 2밧)
들이키면서 메뉴를 보니
이런 거 파는 곳임.
뿌주부가 스푸파에서 먹은 그 집 맞음여.
태국식 족발...찜? 조림? 뭐 암튼 그런 거. (카오카무)
요고는 280밧짜리 큰 건데, 이걸 셋이서 먹었다.
물론, 아침이라 가볍디가볍게 먹었으니까 그런 거고
점심으로 든든하게 먹는다면 혼자서도 클리어 가능할 듯?
당연하지만 밥도 따로 주문해야 한다. 5밧.
생긴 것만 봐도 펄럭펄럭 날리는 동남아 쌀이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주면 다 잘 먹는다. ^___^
푸욱 삶은 족발은 포크로 슥슥 찢으면
껍질이나 살이 풀어질 정도로 부드럽다.
간장 소스인데, 불고기? 장조림? 같기도 하고
아무튼 되게 친숙한 맛.
테이블마다 이렇게 소스(남찜카무)가 놓여 있는데
고추, 마늘, 라임 등으로 만든 새콤매콤칼칼한 소스다.
이거 예술.
족발의 사알짝 늬끠한 걸 싹 잡아주고
훨씬 풍성한 풍미를 만들어준다.
호기심 반으로 한 숟가락 얹었다가
한 입 먹고 반해서 팍팍 얹었음.
그리고 그 덕분에 종일 속이 후끈ㅋ
눈꼽만 떼고(...) 나왔던 터라
호텔로 돌아가서 마저 씻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일정 시작.
또 배를 타러 가는데 오토바이들이...
보기만 해도 시끄럽다. 으아ㅏㅏㅏㅏ
어제 셔틀 쉽 타러 왔던 곳인데
오늘은 왕궁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왔다.
배에도 급(?)이 있다던데 가격 차가 크지 않아서
이왕이면 가장 비싼 거 타자고 그래놓고
여차여차 티켓을 끊고 보니 싼 거ㅋ
어제 아이콘시암 갈 때는 몰랐는데
짜오프라야강을 낮에 보니까
물 되게 더럽...
쓰레기도 둥둥 떠다니고...음...
어제 그 화려하던 아이콘시암도
낮에 보니 수수(???)하다.
역시 낮보다는 밤에.
뭔진 잘 모르겠지만
지나가면서 그냥 막 찍음.
이것도 불교 사원이라는 것 같고
이건 딱 봐도 불교 사찰 같고.
뭔지도 모르면서 많이도 찍었네.
이것도 당연히 사찰...인 줄 알았는데
컨퍼런스 센터라네? ㅋㅋㅋㅋㅋ
이런 거 구경하고 사진 찍고 하다보니 목적 지에 도착...?
분명 Tha Chang 행을 탔는데, 반대편에 내려쥼.
우리 말고도 수십 명이 어리둥절 -.-
거기서 Tha Chang까지 왕복하는 배가 있길래
여긴 복잡하게 운영하는구나. 하며 타고 건넜다.
근데 내려서 밖으로 나가려니 돈 내라고. 이 뭥????
3.5밧이라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애초에 Tha Chang까지 가는 티켓이었기에
지출할 필요가 없는 돈이었는데
통수 맞은 건가??
분명 오렌지색 배를 탔던 걸로 기억하는디.
내 기억이 틀려먹은 건가???? -______-
찝찌름하고 꾸리똥한 기분이지만
뭐 이미 지난 거 어쩔 수 없고.
어제 못 산 코끼리 바지를 사러 옴.
왔다기보단 그냥 가다 보니 팔고 있었지만...
아무튼, 여기는 역시나 100밧. 어제 안 사길 잘했다.
그리고 몇 걸음을 더 가니 망고를 팔길래 사 묵었는데
노맛...-.-
아무리 태국이라도 맛없는 맹고는
정말 맛이 없다는 걸 배웠다.
그래도 맛 없는 맹고를 먹었더니
통수에 대한 분노가 맹고에 대한 탄식으로 바뀌어서
조금 나아졌다.(?)
이제 왕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저어기 멀리 입구까지 걸어갔더니
또 크게 빙 둘러서 줄을 세운다.
끄트머리에 공항처럼 무슨 검색대가 있어서
그거 때문에 이렇게 뺑뺑이 돌렸나 싶음.
줄 서는 동안 잠깐 마주친 다람쥐.
여기는 저렇게 통에다가 먹이를 넣어주는 듯.
크다란 먹이를 물고 바지런히 도망가는 다람쥐를 뒤로 한 채
우리도 바지런히 움직여서 왓 프라깨우 입성!
유명 관광지라 역시나 사람이 우글우글하다.
그리고 여행의 주적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_-도 많았고.
아까 배 타고 오면서 본 것과 비슷한 건물이 잔뜩 있다.
근데 그거보단 훨씬 고급(?)지고 디테일하게 생겨씀.
요쪽과 조쪽의 건물 생김새가 전부 다 다르다.
뒤를 돌아보면 또 다른 생김새의 건물이 보이고.
이태리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붙인 디테일.
저걸 다 붙이는 데 얼마나 걸렸을지 상상도 안 된다.
반복 노가다를 정말 싫어하는 1인이라
나한테 저런 거 시켰으면 못한다 배 째라 했을 듭.
요고는 앙코르 와트 미니어처라고.
이런 곳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대다나다.
가까운 대만이나 홍콩을 여행할 땐
건물 생긴 게 고만고만했는데
조금 더 멀리 날아왔더니
또 이런 걸 보는 맛이 있그나.
이건 금박을 붙인 뭐 그런 건가+_+
싶어 가까이 가보니 아니었다.
연꽃 속에 벌이 그득하길래 찍어본
별 의미 없는 사진.
동상 같은 게 약간 중국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아무튼 이국적이다. 어쨌든 이국적이야.
하지만 더워서 피신.
회랑에도 이렇게 장식이 빠지지 않는다.
벽에 유럽의 성 같은 그림도 그려져 있었는데
빠르게 지나가느라 구경을 몬 했네.
여기가 왕궁. (짜끄리마하쁘라삿)
지금은 무기 박물관으로 운영된다는 것 같은데
당연히 확실치는 않음ㅋ
이 화려한 건물(두싯마하쁘라삿)이
되게 멋져 보였는데, 장례식장이라고...
아하하.
해가 점점 머리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어서
요 정도로만 가볍게 둘러보고
공연을 보러 왕립극장행 셔틀버스 탑승.
500밧이나 되는 이 왕궁 입장권에
당연히 공연 관람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공연은 따로 관람하면 400밧이라고 하니
이런 건 놓치지 말고 꼭 챙겨야지.
근데 이 버스...가림막 같은 게 음슴.
당연히 안전벨트도 음슴 ㄷㄷㄷㄷ
빨리 달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쪼끔 ㄷㄷ
시원하고 허전한 셔틀을 타고 10분쯤 가면
이런 곳에 내려준다. 싸라찰럼꾸룽 왕립 극장.
공연 시작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시원한 아아 한 잔...인데
한 모금 빨았더니 사라졌네.
태국서 마셨던 음료들은 어째 한결같이
얼음이 2/3.
30분 정도 진행되는 이 Khon Mask라는 공연은
태국 전설인 라마끼안에 대한 내용인데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와 거의 같다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은
중국으로 건너가 서유기의 모티브가 되었고
그리고 서유기는 일본으로 가서 드래곤볼이...
무대 위쪽에 보이는 화면에 간단한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어와 중국어뿐.
10분 넘게 핸드폰으로 찍고 있는 중국인들 덕분에
살짝 짜증 났지만, 어쨌든 공연은 볼만했다.
공연 시작 시각이 1시여서 끝나니 이미 밥때가 훌쩍 지났다.
그래서 늦은 점심 먹으러 저기 저 끈적 국수...
를 먹기 전에 다른 곳을 먼저 들렀다.
그렇타. 점심 두 번 먹는다^^^
사진의 가장 왼쪽에 있는
나이찻무뚠프라나콘. 여기서 1차 점심.
구글 지도에는 나이찻 돼지고기 국수로 검색하면 나온다.
근데 들어가기 전에 벌써 보이는 한국어 ㅋㅋㅋㅋ
해외에선 되도록 로컬들이 다니는 식당을 가고 싶어서
게이버 블로그 등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집이나
한국어로 된 후기가 많이 보인다면 피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한국 사람이 많이 간다면 완전 로컬스런 맛은 아니겠지만
대신 입에 맞지 않아서 실패할 확률은 일단 갱쟁히 적다는 거.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를 쓰는 나라라면 더더욱 그렇다.
근데 난 (이번에 제대로 처음 먹어본) 고수도 갠찮던데...-__-a
국숫집이라 당연히 국수가 메인.
사이드로 자잘한 것도 몇 가지 더 있다.
그리고 빼꼼 보이는 오렌지 주스.
주문하고 의미 없는 사진 찍으며 기다리는데
고 타이밍에 전선 위를 바삐 달려가는 다람쥐.
그리고 5분도 안 돼서 음식이 나왔다.
요건 오징어 완자 튀김(텃만쁠라믁)...인데
오징어가 들어간 어묵 정도로 보면 될듭.
가격은 30밧. 아마도.
요거슨 내가 주문한 돼지고기 비빔국수. (센렉행)
2차 점심으로 국물 있는 걸 먹는대서 비빔을 골랐다.
가격은 단돈 45밧.
근데 나 왜 안 하던 음식 가격을 적고 있지??
웨지??? 0_0
요곤 동생과 엄니가 고른 국물 있는 거. (센렉남)
요고도 45밧.
갈비탕 국물 같은 맛이라 거부감 1도 없다.
이게 약간 슴슴한 늬낌도 없지 않은데
그럴 땐 테이블에 놓인 소스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가볍게 1차 식사를 마치고 옆집으로 이동.
꾼댕꾸어이짭유안. 구글서 꾼댕 국수 혹은
끈적 국수로 검색하면 된다.
퍼런 줄무늬 옷 입은 아자씨가 사장님 같은데
한쿡어를 아주 째끔 구사하심. 아주 째끔.
여긴 1차 점심 먹었던 곳보다 바빠 보이더만
그래서 나오는 시간이 쪼끔 더 걸렸다.
그래 봐야 10분 정도.
아무튼, 딱 봐도 스프링 롤. 50밧.
요거시 그 끈적 국수.
이게 정식 메뉴 이름은 아니고
끈덕거려서 그냥 그렇게 부르는 듯.
메뉴에는 꾸어이짭유안이라고 적혀있고
번역기 돌려보니 베트남 쌀국수라고 나온다.
근데 쌀국수라기엔 면이 너무 다른데...o_o
뭐 암튼, 50밧밖에 안 하지만 소세지, 돼지고기 등등
이것저것 들어있고 맛도 있지만...
뜨겁다. 드럽게 뜨겁다.
가뜩이나 매장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후끈한 데다
뜨겁기까지 해서 땀 닦느라 뭐 먹기도 힘들 지경.
게다가 동생이 고춧가루 넣길래 따라서 살짝 넣었다가
뜨겁고 맵고 덥고 대환장 파티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다 못 먹고 남겼다. 이거 맛있었는데 아숩다.
그나저나 여기 아자씨는 한국 사람인 거 같으면
알아서 고수 빼고 주는 듯하다.
옆 테이블 주문할 땐 고수 넣을지 물어보더라.
근데 옆 테이블도 한국 사람이었는데...?
뜨겁고 매운(ㄱ-) 거 먹었더니 죽을 거 같아서
바로 옆 편의점에서 시원한 거로 속에 불난 거 끄고.
34, 35도까지 올라가는 이 날씨에 돌아다니는 건
못 해먹을 짓이라 그랩 불러서 호텔로 복귀.
시워ㅓㅓㄴ한 호텔에서 두어 시간 낮잠 타임을 가졌더니
딱 해가 떨어졌다.
그러니 이제 저녁 먹으러.
저런 데서 맥주 한 잔...아니지
병째로 마시는 것도 나름 낭만인데
아쉽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더워서 다시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다음 기회'가 자꾸 쌓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으다.
아무튼, 저녁을 먹으러 이곳으로 옴.
바로 온 건 아니고 셔틀 쉽 타고 아이콘시암 가서
환전하느라 한참 헤매고, 190밧에 그랩을 호출해도
계속 잡히질 않아서 결국 택시를 탔는데,
100밧도 안 나왔다는 쓸모없는 TMI.
루프탑 중에서도 좋은 자리는
한참 전에 예약해야 한다더만
조금 늦은 시각에 가서 그런지
운 좋게도 괜찮은 자리에 앉았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맨 마지막 사진에 이씀.
그렇다고 안 읽고 스크롤 하진 말라규.
그래서 이건 100밧짜리 코코넛 주스.
나는 라임 에이드. 요것도 100밧.
짭조름한 모닝글로리 볶음.
이거 은근 밥도둑이다.
100밧. 아마도.
그리고 면이 숨어서 안 보이는 새우 팟타이.
요고는 220밧. 쪼끔 고급진(?) 곳이라
다른 데보다 약간 비싸지만, 대신 양이 은근 많다.
근데 그래봤자 만 원도 안 하네...햐.
Stir-Fried Squid with Salted Eggs (쁠라묵팟카이켕)
절인 계란 오징어 볶음???
저 노란 게 계란이었그나...이제야 알았네@_@
짭짤해서 밥이랑 먹기 좋았다. 요건 280밧.
그래서 아까 코코넛 주스 배경이었던 그거.
건너편에 보이는 새벽 사원(왓 아룬)
여기서 보는 해 질 녘이 꽤 근사하다고 하던데,
그때 왔으면 루프탑에 올라오지도 못했을 거임.
휘황찬란한 조명을 단 배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어서
나름 야경도 볼 만하다. 그러니 이걸로 만족하자.
그리고 좋은 건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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